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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읽으면, 세상이 보여요

입력
2016.04.0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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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생트 광고는 빈센트 반 고흐를 술 취한 남성으로 묘사했다. 미메시스 제공
압생트 광고는 빈센트 반 고흐를 술 취한 남성으로 묘사했다. 미메시스 제공

광고로 읽는 미술사

정장진 지음

미메시스 발행ㆍ340쪽ㆍ1만6,800원

조선의 아트 저널리스트 김홍도

이재원 지음

살림 발행ㆍ496쪽ㆍ2만원

환각 일으킨 술 모델로 반 고흐

라오콘 군상은 클럽 광고에 활용

정교한 김홍도 작품 왕의 지표 돼

자본주의의 꽃이 광고라지만 압생트 광고는 해도 너무하다. 얼굴보다 큰 술병을 들고 얼굴이 세 개쯤 겹쳐 표현된 광고 속 남성은 누가 봐도 ‘고흐’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화가를 조사하면 늘 손가락 안에 드는 ‘빈센트 반 고흐’ 말이다. “아니, 고흐가 압생트를 그렇게 팔아 줬다는데 술꾼으로 써먹다니.” 그러나 애정에서 비롯된 분노를 잠시 내려두고 광고를 뜯어 보면 재미있는 구석이 많다.

술에 취한 게 고흐라면 셋으로 보이는 건 세상이어야 하는데 셋으로 표현된 건 고흐다. 이 의문은 고흐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즐겨 그렸던 작가라는 사실을 알면 금방 풀린다. 고흐는 왜 압생트를 즐겨 마시게 됐을까? 알고 보니 압생트는 비싸지 않은 가격에다 환각 작용까지 일으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가난한 예술가들이 즐겨 마시곤 했다고 한다. 덤으로 알아가는 지식이다.

이집트의 대형 나이트클럽은 죽어가는 인간을 표현한 '라오콘 군상' 이미지를 광고에 사용했다. 미메시스 제공
이집트의 대형 나이트클럽은 죽어가는 인간을 표현한 '라오콘 군상' 이미지를 광고에 사용했다. 미메시스 제공

어떤 광고는 그 자체로 미술사이자 삶이지만 그에 마땅한 대우를 받지 못해왔다. ‘광고로 읽는 미술사’(2016)는 그런 광고들의 권리 찾기를 주장하며 나왔다. 책에 수록된 이집트의 한 대형 나이트클럽 광고도 흥미롭다. ‘No music no life’라는 카피와 함께 사용된 이미지는 트로이 전쟁 당시 고통 속에서 죽어가는 인간들을 표현한 ‘라오콘 군상’이다. ‘무언가를 알리고 팔아야 하는’ 숙명을 타고 태어난 광고가 잘 사용하지 않는 끔찍한 장면이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지만 복잡하게 돌아가는 이집트 정세를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지 싶다. 광고 속 인물들은 뱀이 온몸을 휘감는 듯한 현실 사회에서 ‘에라 모르겠다 춤이나 추자’는 처절한 춤사위를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겠다.

책은 광고가 차용한 작품들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 독자가 미술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다. 독자는 동시에 미술 작품이 탄생한 당대의 삶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작품 소개가 거의 없어 “우리 조상의 삶도 알고 싶어요”라며 서운해하는 독자가 있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비슷한 시기 출간된 ‘조선의 아트저널리스트 김홍도’(2016) 로 그 아쉬움을 달래본다.

김홍도의 풍속화첩 중 '새참'. 살림 제공
김홍도의 풍속화첩 중 '새참'. 살림 제공

특유의 익살스러운 묘사로 유명한 김홍도의 그림은 사실 원근법이나 구도 등에서도 완성도가 높다. 인물 표현은 익살스럽지만 과하지 않고 개 한 마리 묘사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 김홍도의 그림은 백성의 삶을 정교하게 표현해 당시 정조의 정치에 지표가 됐다. 김홍도는 화가면서 동시에 백성의 실상을 알아야 정치를 잘 할 수 있다고 믿었던 한 왕의 기록자였던 셈이다.

왕의 이상정치를 가능케 하는 기록자였지만 정작 김홍도 본인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다. ‘조선왕조실록’에 김홍도에 대한 기록은 단 세 줄뿐이고, 당시 최고 대우를 받은 자비대령화원 명단에도 그의 이름은 없다. 그러니 그 동안 김홍도에 대한 접근은 단편적일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은 김홍도가 주변 인물과 ‘했을 법한’ 대화를 통해 그를 풀어낸다. 허구의 이야기지만 오히려 그의 삶을 깊이 있게 살펴 볼 수 있는 도구가 된다.

두 권의 책은 수많은 이미지들을 소개한다. 다루는 대상도 다르고 접근 방식도 다르다. 그러나 두 책이 공유하는 메시지 하나는 확실하다. 그림을 읽어라, 세상이 보일지니!

신은별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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