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119구조대가 왔다. 대장 길고양이가 창고에 들어와 있는 것을 알고 나서 나흘째 되는 날이다. 대장이 싸우는 것을 여러 번 본 적 있는데, 볼 때마다 어찌나 치열하게 싸우던지 나는 그 녀석이 우리 집 지붕 위에 나타나면 놀라 쫓곤 했다. 곧 죽을 것처럼 보이는 대장이 조용히 숨을 거두도록 그대로 두었다. 가끔 문을 열고 생사를 확인할 때마다 녀석의 고개는 점점 꺾였고, 어느 순간 바닥에 닿았다. 죽을 거라 믿었던 나흘째 되던 날, 녀석은 고개를 조금 들고 있었다. 희뿌옇던 눈에는 생기가 돌았다. 그것은 분명 죽을 고비를 넘긴 생명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조용한 생명력이었다. 초를 다투는 위급한 상황이 아니고, 위험에 처한 생명이 사람이 아니라 죄송하지만, 도와주었으면 한다는 요청을 한 지 십여 분 뒤. 119대원들이 집에 도착했다. 신고하면서 덧붙였던 “동네 동물병원까지 이송해 주셨으면 합니다”라는 말에 대한 대답은,“대원들이 현장에 가서 판단할 겁니다”였다. 집에 온 119대원들은 모두 사려 깊어 보였고, 조용히 움직였으며, 융통성이 있었다. 그들은 포획한 대장을 병원까지 이송해 주겠다면서, 퇴원은 어떻게 할 것인지 묻는 친절함까지 보인 뒤 돌아갔다. 잠시 뒤엔 대장을 무사히 병원에 인계했다는 문자도 보내줬다. 전화로 상처 부위를 설명해준 수의사의 말로 짐작건대 대장은 우리 집으로 숨어들기 전에 이미 몰락해 있었던 것 같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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