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한국 사위’로 알려진 래리 호건(공화)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가 공화당 대선 경선이 난맥상을 거듭하면서 유력한 차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고 부인 유미 호건 여사가 밝혔다.
호건 여사는 7일 미 프로야구 볼티모어 오리올즈 홈구장의 주지사 전용 관람공간에서 이뤄진 워싱턴 특파원들과 인터뷰에서 “요즘 남편과 함께 주요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시민들이 ‘30년 이래 가장 인기 있는 호건 지사가 대통령에 출마해야 한다’는 권유를 받는다”고 소개했다. 호건 지사는 워싱턴포스트가 실시한 여론조사(66% 지지율)에서 1998년 이후 가장 인기 높은 지사로 평가됐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성향이 강한 메릴랜드에서 공화당 소속인 호건 지사의 높은 인기는 미 정가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호건 여사는 그러나 남편의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자만하지 말고 겸손해야 한다는 게 우리 부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맡겨진 일에 충실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주지사 연임을 고려 중인 남편의 높은 인기에 대해서는 “정파적 이익에 얽매이지 않고 민주ㆍ공화 양당의 견해를 두루 반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에 대한 내조와 관련해서는 “전통적 한국 여성의 내조 스타일을 따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바깥 일 때문에 피로한 남편을 위해, 귀가 하면 집안 일에 걱정과 신경 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상 풍경화로 유명한 동양화가이자 메릴랜드 미대(MICA) 교수인 호건 여사는 2014년 주지사 선거에서 드러내지 않게 남편을 돕는 동양 여성 이미지를 부각시켜 남편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 첫 한국계 주지사 퍼스트레이디가 된 뒤에는 볼티모어 폭동(지난해 4월)의 한인 업소 피해 수습에 앞장섰고, 올 들어서는 주 정부가 ‘미주 한인의 날’(1월13일), ‘태권도의 날’(4월5일)을 선포하는데 기여하는 등 한인사회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호건 여사는 이날도 오리올스 이적 이후 성적 부진으로 맘 고생이 심한 김현수(28) 선수를 직접 만나 위로했다. “나도 퍼스트레이디가 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이를 극복했다”며 “항상 기도하고 응원할 테니 기죽지 말고 열심히 뛰라”고 격려했다. 또 이날 오리올스와 대결한 미네소타 트윈스의 한국인 빅리거 박병호(30) 선수도 김 선수와 함께 만나 두 사람의 성공을 당부했다.
호건 지사 부부는 지난 5일 남편과 함께 오리올스 선수 전원을 애나폴리스 주지사 관저로 초청해 환영 오찬을 한 자리에서도 벅 쇼월터 감독에게 김 선수가 기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티모어(메릴랜드)=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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