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출판사 이름은 명태다. 출판사 이름을 들으면, 다들 한마디씩 하며 웃는다. “출판사 이름이 생선 이름이야. 허허.”
그렇다. 우리 출판사 이름은 생선 이름이다. 오랜 시간 우리 민족의 건강한 먹거리가 되어준 백성의 물고기 명태처럼 우리 출판사 또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건강한 지식을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그리고 출판사 이름에 딱 걸맞은 ‘가난이 조종되고 있다’라는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회사의 첫 사회과학서이기 전에 나 개인에게도 첫 사회과학서이다 보니 많은 의미로 남는 책이다.
이 책이 출간된 2015년 11월은 이미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을 필두로 부와 소득, 불평등이 화두로 떠올라 있던 시기였다. 그렇다 보니 자칫 이미 선점한 불평등 관련 책들에 우리 책이 묻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끝없는 회의 끝에 우리는 이 책의 내용을 온전히 살려내기로 결정했다. 기존의 불평등 관련 책들은 대부분이 경제학자들이 경제적 시각으로 바라본 것이었던 반면 이 책은 사회학자가 분석한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로지 평생을 불평등을 연구한 세계적인 석학 에드워드 로이스의 주장은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길을 제시할 거라고 판단했다. 로이스는 ‘가난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라는 우리가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었던 말을 속 시원하게 한다. 방대하고도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말이다. ‘수저 계급론’이 대두되고 있는 지점에서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었다.
그래서 약간의 음모론처럼 비칠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가려운 데를 확실히 긁자’ 라는 심정으로 원제인 ‘Power and Poverty’에 ‘가난이 조종되고 있다’라는 파격적인 제목을 붙였다. 그리고 단언하건대 이 제목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한 듯해 개인적으로 뿌듯했다.
‘사회과학서는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매우 쉽게 서술해 독자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기존의 사회과학서의 표지 이미지와는 달리 SF 소설처럼 느낄 수 있게 로봇의 팔을 오브제로 사용해 디자인했다. 본문 종이 또한 일반 모조지가 아닌 가벼운 e-라이트를 사용했다. 450쪽에 달하는 책이 독자의 손목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총선 시기다. 정치가 싫어도 정치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아무쪼록 사회정치 분야의 석학 에드워드 로이스의 ‘가난이 조종되고 있다’를 통해 우리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 일보 전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은아 명태출판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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