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野, 선거 막판 ‘천군만마’로 평가
孫 “좀 더 생각해보겠다” 즉답 피해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7일 새벽 전남 강진 만덕산 흙집을 나서 ‘정약용 선생 서세(逝世) 180주기 묘제’ 참석을 위해 경기 남양주로 향하던 중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더민주 후보들에 대한 선거전 지원을 해달라”는 구조 요청(SOS)이었다. 손 전 고문은 “지금 제가 상황을 잘 모르니 좀 더 생각해 보겠다”는 답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이번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가 손 전 고문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남양주에서 예정된 손 전 고문의 강연에 참석해 만나려 했지만 가지 않는 대신 선거 후 뵙겠다는 내용이었다. 안 공동 대표 역시 손 전 고문에게 선거전 지원을 요청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4ㆍ13 총선의 공식 선거 유세 시간이 반환점을 돌아 후반부로 향하는 가운데 손 전 고문의 몸값이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뜨거운 러브콜로 폭등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손 전 고문을 향해 몸을 낮췄다. 그는 경기 남양주를 찾아 “우리당 대표를 지냈고 유력한 대선주자였다. 정계를 은퇴하신다고 강진에 내려가 계셔서 송구스럽다”며 “선공후사의 마음을 가진 손 전 고문이 새누리당의 지나친 의석 독점을 방지하기 위해 저희 더민주를 도와주십사 공식 요청 드릴 예정”이라고 했다.
안 공동대표 역시 손 전 고문에게 여러 차례 지원을 부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방송기자클럽토론회에서는 “국민의당에 꼭 필요한 분이고 지향점이 같다”며 영입에 계속 공을 들이겠다고도 했다.
손 전 고문의 인기 비결은 그가 국내 정치인 중 중도 성향의 대표 주자 격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호남은 국민의당, 수도권은 더민주가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호남과 수도권 유권자 모두 호감을 가진 손 전 고문의 지지를 확보한다는 것은 각자의 약점을 보완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수도권 지역구를 놓고 새누리당과 초접전을 펼치는 더민주로서는 그의 지지가 절실하다. 정치권 한 인사는 “기존 정치권이 좌 우로 갈라져 있는 상태에서 국민의당의 등장으로 중도 진영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손 전 고문은 이날 기자들에게 “사실 지금 무슨 상황인지 잘 모른다”며 “내가 알다시피 갇혀 있었잖아. 그래서 사정을 좀 보고…”라고 즉답을 피했다. 더민주 관계자는 “손 전 고문은 자신의 도움 없이 더민주나 국민의당이 괜찮은 성적표를 받으면 선거 이후 존재감은 오히려 낮아지기 때문에 어떻게든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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