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콥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에 대한 사임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차기 대통령 후보로 그의 전 부인이 물망에 오르면서 논란이 번지고 있다.
주마 대통령의 전처인 은코사자나 들라미니 주마(67)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장은 “오는 7월 AU위원장 재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이를 둘러싸고 들라미니 위원장이 차기 남아공 대통령 자리를 노린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차기 대선에 대한 ‘공작’ 혹은 ‘현 대통령과의 교감’이 있었기에 AU위원장 직을 과감하게 포기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들라미니 위원장은 넬슨 만델라 대통령 시절 보건장관(1994∼1999)을 지냈고, 타보 음베키 정부에서 외무장관(1999∼2009), 제이콥 주마 정부에서 내무 장관(2009∼2012)을 거쳤다. 그는 현 남아공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 내에서도 유력자로 꼽힌다. 음세비시 은들레티아나 요하네스버그대 교수는 “야권은 주마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무산되자 수뢰 혐의로 형사 고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들라미니가 대통령 직을 잇게 되면 주마 대통령이 퇴임하더라도 감옥에 갈 가능성은 훨씬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물론, 주마 대통령에 반대하는 세력이 많은 상황에서 ‘또 다른 주마’가 대통령직을 이어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또 ANC는 보통 당대표를 대선후보로 내세우는데, ANC는 104년 역사에서 한 번도 여성 대표를 내세운 적이 없다.
들라미니 위원장은 아파르트헤이트(남아공 인종차별 정책)로 스위스 망명 시절 주마 대통령을 만나 72년 그의 둘째 부인이 됐으며 4명의 자녀를 뒀다. 두 사람은 98년 이혼한 이후에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악수나 포옹을 하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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