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고 동기동창생 대결
양측 모두 “박빙 우세” 주장
“사람은 괜찮아 보이던데, 자기들끼리 친박이니 진박이니 하도 같잖아서 싫소.”
“아무리 미워도 박근혜 대통령이 성공하고 낙후한 동구가 발전하려면 새누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해요.”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시장통에서 만난 대구 동구 유권자들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속마음이다.
대구 동구갑 선거구는 20대 총선 ‘핫플레이스’로 부상해 있다.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던 것이 새누리당 ‘옥새’파동과 ‘유승민’ 바람이 더해지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동을의 유승민(무소속), 동갑의 정종섭, 류성걸(무소속) 후보는 물론 17,18대 때 동갑에서 당선된 주성영 전 의원까지 모두 경북고 57회(1976년 졸업) 동기동창생인 사실도 흥미롭다. 정 후보와 류 후보는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지난달 15일 정 후보가 새누리당 공천을 받을 때만 해도 이번 선거는 그대로 끝이 나는 듯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류 후보에게 뒤지던 정 후보는 단숨에 전세를 역전시켰고, 대구에선 새누리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을 재확인하는 것만 같았다.
그러던 사정은 180도 달라져 있다. 류 후보가 무소속 돌풍을 일으키며 정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두 후보 선거캠프는 저마다 ‘박빙 우세’라고 주장하지만, 유권자들은 물론 여론조사전문가들도 결과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류 후보의 선전은 ‘진박’ 논란과 공천과정에 대한 반감, 박근혜 대통령 ‘존영’ 반환요구와 같은 새누리당의 어처구니없는 ‘자해행위’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효목동 동구시장에서 만난 김모(55ㆍ자영업)씨는 “여기는 누가 뭐라고 해도 1번이었지만 이번은 아닌 것 같다”며 “제 잘난 것은 쏙 감춘 채 누구하고 친하다고 표 달라는 것도 한 두 번”이라고 잘라 말했다.
6일 오후 대구지역 새누리당 후보 11명이 달서구 두류공원 아스팔트 위에서 무릎을 꿇었다는 소식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는 모습이다. 이날 저녁 동구 송라시장에서 만난 박모(50ㆍ자영업)씨는 “그 동안 ‘얼마나 대구사람들을 우습게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참 나 저렇게 나오니 착잡하다”며 “그래도 낙후한 동구 발전을 위해선 새누리 후보가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정 후보는 공천과정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동구 지역을 천지개벽시키겠다”며 힘있는 후보론을 내세우고 있다. 대구에서 가장 넓은 도로인 동대구로 연장, KTX도심구간 지하화, 금호강 친수공간 개발 등을 공약했다. 류 후보는 새누리당 공천갈등이 유권자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고 보고 유승민 의원과 함께 무소속 바람을 이어나간다는 전략이다. 금호강 성장벨트 구축, 도시철도 1호선 금호강 노선 개설, 경부선 철로 위 하늘도시 조성 등을 공약했다.
대구 동갑 선거구는 전형적인 구도심이다. 대규모 개발사업도, 주택단지가 들어선 적도 없고 기껏해야 소규모 재개발이 고작이다. 인구 대비 유권자 비율도 18대 81.3%, 19대 83.9%, 20대 86.4%로 우리나라의 고령화 추세를 그대로 따른다. 수 십 년간 이 지역에선 여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하나마나 한 선거가 계속됐다. 이번 선거도 ‘전통’을 따를지, 한번쯤 반기를 들 것인지 주목된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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