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삼성 미래차 산업’ 광주 유치 공약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삼성은 즉각 “검토한 적이 없다”고 냉랭하게 선을 그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정치가 시키면 기업이 무조건 따라 할 것이라는 ‘5공(전두환 정부)식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새누리당 강봉균 공동선대위원장은 “더민주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헛소리였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경제민주화론 자체를 공박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자동차 전장사업(IT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자동차 전기장치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선언하고 조직까지 신설했다. 향후 대규모 제조시설 투자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런데 삼성전자 상무 출신으로 광주 서구을에 출마한 더민주 양향자 후보가 그런 정황에 편승해 ‘삼성전자 3조 광주 투자 유치, 2만개 일자리 창출’ 공약을 내세웠고, 김 대표가 그걸 키워 중앙당 공약으로 발표한 것이다. 김 대표 차원의 공약 발표는 국민의당 쪽으로 급격히 기우는 호남 판세도 작용했다.
하지만 김 대표의 이번 공약은 근본적으로 무리수다. 우선 자동차 전장산업 투자 문제는 산업동향 전반을 감안한 구조적 차원의 정책조율이 절실하기 때문에 애초부터 총선공약으로 불쑥 꺼낼 사안이 아니다. 설사 더민주가 삼성의 광주 투자를 지원할 여건이 된다 해도, 자동차 부품산업 육성에 힘써왔던 충남 등 여타 지역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기업의 대규모 투자엔 공익이 감안돼야 하지만, 결국 기업이 제반 변수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는 게 맞다. 그걸 정치권이 정략적 이해를 위해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 발상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삼성 승용차 사업의 부산 투자 실패는 기업 투자의 무리한 정략적 배분이 나중에 해당 기업이나 사회 전체에 얼마나 큰 위기와 손실을 일으키는지 분명히 보여줬다.
김 대표는 이번 공약이 경제민주화와 상충되지 않느냐는 물음에 “누가 상충된다고 하느냐”며 반박했다. 공익을 위해 정치가 대기업 자원(투자)의 배분에 개입하는 건 정의에 부합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이번 공약은 보편적 공익을 위한 개입이 아니라, 득표를 겨냥한 정략적 행동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경제민주화 취지와 어긋난다. 우리가 김 대표의 지론을 인정해온 건, 그게 경제민주화든 공정경제든, 시대정신에 부응하는 어떤 원칙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걸 스스로 흔드는 모습을 보는 건 안타깝고 불편하다. 김 대표와 더민주는 경제민주화 원칙의 합리적 구현을 위해서라도 좀 더 멀리 보고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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