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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인생2막 인문학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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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인생2막 인문학에 달렸다"

입력
2016.04.0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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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숙인이 이기우(오른쪽) 경기사회통합부지사로부터 가방을 선물받고 있다. 경기도 제공
한 노숙인이 이기우(오른쪽) 경기사회통합부지사로부터 가방을 선물받고 있다. 경기도 제공

2005년 정리해고를 당한 박모(당시 53)씨는 이혼까지 겹치면서 2008년부터 수원역에서 노숙생활을 시작했다. 하루하루 나락으로 떨어지던 박 씨의 삶은 그러나 2012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경기도가 실시한 노숙인 인문학 교육을 받으면서 달라졌다.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 그는 그 해 강원 양구군으로 가 농사일을 시작했다. 그는 품삯을 좀 더 모아 조그만 밭을 마련하는 게 꿈이다. 양구 펀치볼 농장에는 박 씨 등 5명의 노숙인 출신들이 농사를 짓고 있다.

경기도와 한신대가 노숙인의 자존감 회복과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한 인문학 교육은 올해도 이어진다.

경기도와 한신대는 7일 한신대학교 오산캠퍼스 국제회의실에서 ‘경기도와 함께하는 어깨동무 인문교양강좌’ 입학식을 열고 1박2일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했다. 이 자리에 참가한 노숙인 30명은 오는 20일부터 11월까지 8개월 간 3학기 과정, 총 7과목 56회 교육을 받게 된다.

‘희망의 인문학, 나의 재발견과 자립실현’을 주제로 진행되는 인문학 교육과정은 문학 역사 철학 등 인문 교양강좌와 심리상담·체험활동이 통합된 캠프, 심리치유를 위한 연극 활동 등으로 구성됐다.

노숙인들과 경기도, 한신대 관계자들이 노숙인을 위한 인문교양강좌 입학식을 마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경기도 제공
노숙인들과 경기도, 한신대 관계자들이 노숙인을 위한 인문교양강좌 입학식을 마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강의는 한신대 교수진이 한신대 강의실에서 진행한다.

수원다시서기센터가 특별활동 프로그램 운영 및 교육대상자 모집·관리를 맡았고 경기도와 수원시는 교육 운영에 따른 행정적 지원을 담당한다. 이들은 LH가 제공한 매입임대주택에서 기거하며 무료급식소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강성영 총장 서리는 “인문학이 단순 교양을 넘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이번 교육을 통해 증명해 보일 것”이라면서 “노숙인들이 행복한 인생 2막을 펼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노숙인 인문학 교육과정에는 지난 3년간 노숙인 87명이 참가해 63명이 수료했다. 이 가운데 34명은 취업지원과 사후관리를 통해 자활에 성공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시서기센터 고동현(41) 실장은 “인문학 교육을 통해 절반 정도가 어떤 식으로든 자립에 성공했다”면서 “자존감의 물꼬만 터주는 데도 노숙인들의 자활의지가 의외로 강해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범구기자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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