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출산장려 운동으로 내세운 슬로건 ‘마더하세요’는 아직 쓰이고 있다. ‘마음을 더하세요’와 ‘엄마 되세요’의 합성어라는 억지스러움은 차치하고 왜 굳이 영어와 우리말 조합을 했을까 의구심이 든다. ‘파더하세요’도 나올까 걱정도 앞선다.
그런데 최근 20대 국회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내건 ‘한국형 마더센터’가 눈길을 끈다. 왜 우리말 ‘엄마’를 두고 외국어 어휘를 쓰는지도, ‘마더’라는 200년 전에나 쓰였던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발음을 쓴다는 것도 한심하다.
mother의 첫 음절과 똑같은 발음의 단어를 살펴 보자. Love, son, nothing, wonder, come, month, some, done, front, does의 첫 음절은 모두 mother의 첫 음절과 발음방식이 같다. 정부나 새누리당의 mother 발음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이들 발음은 순서대로 ‘라브 싼 나띵, 완더, 캄, 만쓰, 쌈, 단, 프란트, 다즈’가 되고 만다. ‘love’를 ‘라브’라고 발음하고 ‘come’을 ‘캄’으로 발음하는 사람이 있나.
아울러 글자는 다르지만 mother의 첫 음절과 똑같은 must, much, bug, fun, such, luck, number, rush, truck, judge 모두 짧고 간명한 ‘어’ 발음이다. 만약 정부와 새누리식 발음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마스트, 마취, 바그, 판, 싸취, 락, 남버, 라쉬, 트락, 자쥐’가 되고 만다. 초등 영어에서도 들어볼 수 없는 어이없는 발음이 정부나 여당의 입에서 버젓이 나온다는 것이 창피하고 한심할 뿐이다.
Mother 발음에서 첫 음절은 ‘어’이고 두 번째 모음은 더욱 짧고 약한 ‘어’ 발음인데 영어에서 가장 빈약한 이 ‘어’발음을 그리스어 명칭을 빌려 schwa(슈아)라고 부른다. 즉 ‘머더’ 발음에서 ‘머’는 분명하게 발성하되 ‘더’는 가장 약하고 빠르게 생략하듯 발성하는 것이다. Schwa 현상은 중세기 이후 일부 모음 발음이 약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현대인은 되도록 쉽고 간편한 발성을 하게 되면서 수백 년 전에 but을 ‘밧’, mother를 ‘마더’로 하던 것이 바뀐 것이다.
Occasion을 발음할 때 첫 모음 O는 ‘오우’가 아니라 가장 약하게 발성해 짧고 빠르게 ‘어’를 내고, 중간의 a를 강하고 길게 accent를 주면서 다음절 단어의 리듬이 살아난다. Pencil에서 e에 강세를 주면서 i는 자연스럽게 약해지고 단어 전체에 ‘강-약’ 리듬이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리듬과 강세가 특징인 영어에서는 schwa 발성이 매우 중요해졌고 mother, but, money처럼 일부 모음 발음이 ‘아’에서 ‘어’로 바뀌고 일부 ‘어’ 발음은 더 약한 schwa로 변한 것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에게 묻고 싶다. Mother의 첫 음절 발음과 똑같은 love를 ‘라브’라 발음하고 ‘son’을 ‘싼’으로 하겠는가 말이다. 우리말 대체어가 있는데 왜 외국어를 쓰는지도 문제이고 굳이 Global English를 사용해야 한다면 왜 엉터리 발음을 하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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