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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만 골라드려요” 동네 헌 책방 사장들의 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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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만 골라드려요” 동네 헌 책방 사장들의 묘수

입력
2016.04.0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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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헌 책방 거리 ‘설레어함’

선호할 만한 책 패키지 판매 인기

녹번동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은

직접 읽고 권하는 마케팅으로 입소문

서울 청계천 헌책방 거리 모습. 김수경 제공
서울 청계천 헌책방 거리 모습. 김수경 제공

온라인서점들이 헌 책 시장에 진입함에 따라 기존 헌책방들의 생존문제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은 어떤 변신을 준비하고 있을까. 온라인 서점이 ‘싼 가격’을 내건다면, 이들은 ‘골라주는 손맛’을 내세운다.

한때 학기 초마다 책을 구하러 오는 손님들도 넘쳐났던 청계천 헌책방 거리는 이제 ‘설레어함’(oldbookbox.modoo.at)으로 다시 비상을 꿈꾸고 있다. ‘설레어함’은 원하는 책에 대한 간단한 주문사항을 받은 뒤 그에 걸 맞는 헌책 3권을 헌책방 사장이 직접 골라 보내주는 서비스다. 오랫동안 책을 만져본 ‘사장님 노하우’가 승부수다. 받는 사람 처지에서는 어떤 책을 만나게 될까, 설레인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이 서비스는 연세대 경영학부 동아리 ‘인액터스’가 진행한 프로젝트의 하나다.

주문은 6가지 범주가 있다. 인문사회학 책을 주로 뽑는 ‘빛나라 지식의 별’, 가벼운 힐링 서적을 고른 ‘일상 속 여유 한 모금’에서부터 전혀 어떤 책인지 알 수 없는 ‘안알랴줌’까지 있다. 3~6개월 단위 정기구독도 있다.

서울 청계천 헌 책방을 찾아간 인액터스의 김수경(왼쪽)씨.
서울 청계천 헌 책방을 찾아간 인액터스의 김수경(왼쪽)씨.

인액터스 소속인 연세대 영문과 4학년 김수경씨는 “고객 반응보다 사장님 반응이 더 폭발적”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요즘 젊은 사람 누가 헌책을 보겠냐는 반응이 주류였다. 사장님들과 안면을 트는 데만도 몇 달이 걸렸다. 그런데 ‘설레어함’을 받아든 고객이 ‘좋은 책 골라줘서 고맙다’고 가게로 인사하러 오기까지 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더 하고 싶은 것도 있다. 김씨는 “오래된 가게라 책 데이터베이스화가 안 되어 있다”면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좀 더 체계적인 영업 계획을 세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운영자 윤성근 대표는 온라인 헌책방의 가격경쟁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윤성근 제공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운영자 윤성근 대표는 온라인 헌책방의 가격경쟁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윤성근 제공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서 9년째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윤성근 대표의 철칙은 “내가 읽어보고 좋은 책만 권한다”이다. 윤 대표는 “책 문화가 발달한 일본도 1991년 중고서적 전문점 ‘북오프’가 나오면서 기존 헌책방들이 흔들렸다”면서 “그 모습을 보고 헌책 가게를 구상할 때부터 ‘온라인 업체의 가격 경쟁력에 흔들리지 않을 우리만의 경쟁력이 무엇일까’를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결론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북 큐레이팅’이었다. 읽어본 책을, 자주 만나는 독자들에게 추천해주는 것, 그래서 만족한 고객이 다시 찾도록 하는 모델이다. 헌책을 파는 것 못지 않게 책을 열심히 읽고, 헌책 읽기 독서모임을 만들고, 각종 북콘서트나 공연 같은 것을 기획하는 이유다. 윤 대표는 “북오프의 경우에는 책을 싸게 판다는 데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어느 순간 이익을 내기 어려워 책 외에 잡화 같은 걸 놓고 팔기 시작했다”면서 “작은 서점은 그럴 필요 없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매력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아쉬운 건 역시 전반적인 독서문화다. 새 책은 물론이거니와 헌 책 역시 팔리려면 책을 읽는 풍토가 조성되어 있어야 한다. 윤 대표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소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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