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DMZ)와 맞닿은 강원 접경지에서 지뢰 폭발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뢰 매설지역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은 접경지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12시54분쯤 양구군 해안면 현리의 한 인삼밭 인근 개울에서 카자흐스탄 국적 근로자 A(54)씨가 지뢰를 밟아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 관계자는 “당시 외국인 근로자가 의식은 있지만 발목 지뢰로 인한 출혈이 심해 헬기를 통해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사고 현장과 농장과의 거리는 불과 7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지만, 지뢰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은 어디에도 없었다.
경찰은 폭발물을 M14 대인지뢰로 추정하고 있다. 이 지뢰는 지름 4㎝, 높이 5.5㎝ 가량에 플라스틱 재질로 탐지가 쉽지 않다. 무게가 가볍다 보니 집중호우라도 내리면 매설지역 밖으로 떠내려가기도 한다는 게 주민들의 얘기다.
앞서 해안면에서는 지난 2009년에도 주민이 지뢰 폭발로 왼쪽 발목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사단법인 평화나눔회가 강원도의 의뢰로 조사한 결과, 도내 민간인 지뢰 피해자는 228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116명은 현장에서 숨졌다.
민통선 주변지역에 매설된 지뢰는 30만개에서 최대 100만에 이른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정확한 지뢰매설 지역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다. 군 당국은 지난 2005년부터 접경지역 32곳에서 지뢰 제거작업을 하고 있으나 한 해 평균 수거량은 500여 개 정도에 그치고 있다. 양구 해안면 주민 조모(66)씨는 “비가 조금이라도 내리면 떠내려온 지뢰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불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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