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후7시 서울 여의도의 한강시민공원 물빛광장. 해가 지고 조명이 켜지자 삼삼오오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서울시가 야심 차게 준비한 ‘야시장’을 즐기기 위해서다. 타코, 츄러스, 햄버거, 케밥 등을 즉석에서 만들어서 파는 푸드트럭 앞에는 긴 줄이 섰다. 이날 야시장을 찾은 직장인 김진(29)씨는 “개성 넘치는 푸드트럭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이 마치 외국 축제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의 문화를 즐기는 키워드로 ‘밤’이 주목 받고 있다. 색다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야간 시설물과 행사가 인기를 얻으면서 지자체들도 밤 문화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심야시간을 활용해 여가를 즐기는 직장인과 외국 관광객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취지다.
올해 첫 개장한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이 대표 사례다.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여의도 한강공원에 개설한 야시장이 인기몰이를 하며 올해부터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6시부터 오후11시까지로 상설화했다. 시는 한강공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청계광장, 목동운동장 등으로 장소를 확대하고 장소마다 시장을 차별화해 관광명소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강 교량도 7년 만에 조명을 밝혀 운치를 더하고 있다. 화려한 조명 불빛에 비친 한강과 다리는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낸다. 지금까지는 2008년 정부가 내세운 에너지 절약 지침에 따라 원효대교, 반포대교, 천호대교 등 10개 다리에서만 조명을 볼 수 있었지만 최근 시가 24개 한강 다리의 조명을 모두 점등하기로 하면서 한강 전역에서 야경을 즐길 수 있다. 시는 2018년까지 세빛섬, 노들섬, 잠실수중보 등 한강 곳곳에 100억여원을 들여 경관 조명을 설치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설치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장미 정원도 큰 인기를 얻으며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명소가 됐다. 야간에 대중이 즐길 수 있는 공공미술콘텐츠로 기획된 장미정원에서는 일몰 후부터 오후 10시까지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로 만든 하얀색 장미 2만5,550송이가 핀다. DDP측은 장미정원을 연말에 철거할 예정이었지만 포토존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무기한 연장 개방하기로 했다.
이밖에 경복궁과 창경궁에서는 오는 30일부터 고궁 야간 특별관람과 연계해 고궁의 야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공연을 즐길 수 있고, 이달부터 상설화된 서울시립미술관의 ‘뮤지엄나이트’에서는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문화행사, 이벤트 등에 참여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심야 시간을 적극적으로 즐기려는 시민들이 많아지면서 남산타워나 63빌딩 등 전통적인 야경명소 외에도 밤에만 잠깐 등장하는 특색 있는 시설물과 축제가 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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