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페이퍼’의 공개로 전세계에 조세회피 후폭풍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경제에도 여파가 몰아치고 있다. 제약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하던 미국 거대 제약회사인 화이자가 조세회피처에 합병본사를 둔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M&A가 성사단계에서 무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6일 화이자와 아일랜드 보톡스 제조업체 앨러간의 M&A와 관련해 “화이자가 이사회에서 인수합병 협상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앨러간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화이자는 앨러간에 4억달러(약 4,620억원)에 육박하는 협상 파기 수수료를 지불하게 됐다.
화이자는 지난해 앨러간을 1,600억달러(약 184조원)에 사들이기로 하고 협상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화이자가 합병회사의 본사를 법인세율이 미국(35%)보다 낮은 아일랜드(12.5%)에 두기로 하며 조세회피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미국 재무부는 화이자의 인수합병을 겨냥해 4일 초강력 규제안을 발동했다. 규제안에는 조세권이 외국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합병 기업이 과거 3년간 획득한 미국 기업의 지분을 인정하지 않는 내용이 포함됐다. ‘세금 바꿔치기(tax inversion)’로 불리는 기업의 조세회피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칼을 빼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들의 세금 바꿔치기는 미국 조세 시스템의 은밀한 구멍임에도 대부분 합법적으로 이뤄져 왔다”며 “이런 조세 구멍을 막기 위해 법인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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