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들이 ‘꿈’을 이루고 이역만리 타국에서 만났다. ‘적’으로 만났지만 미소로 인사하며 서로의 선전을 응원했다.
추신수(34ㆍ텍사스)와 이대호(34ㆍ시애틀)가 6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추신수는 2번 우익수로 출전했고, 이대호는 8번 1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인 타자들이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에서 선발로 맞대결한 건 처음이다. 부산 출신인 추신수와 이대호는 수영초 시절 함께 야구를 했다. 야구선수로서의 꿈을 키우던 이들의 행보는 고교 졸업 후 나뉘었다. 부산고를 나온 추신수는 미국으로 떠나 메이저리그에 도전했고, 이대호는 경남고를 졸업하고 롯데에 입단했다.
이후 추신수는 힘겨운 마이너리그 생활을 견뎌내고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타자로 우뚝 섰다. 이대호는 국내 프로야구를 평정한 뒤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시리즈 MVP를 차지하는 등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이대호가 지난해 겨울 안정적인 삶 대신 평생의 꿈이었던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하면서 이들은 빅리그에서 재회하게 됐다.
이날 경기 1회말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추신수는 1루를 지키던 이대호를 보자 씩 웃음지었다. 이대호도 미소 띤 얼굴로 추신수의 엉덩이를 툭 치며 반가워했다. 경기에선 꼭 이겨야 하는 상대팀 선수이지만 20년 넘게 우정을 이어온 이들의 속마음마저 완전히 감출 수는 없었다. 현지 중계진도 이대호와 추신수에 대해 “한국에서 온 선수들이다. 친한 친구라고 알고 있다”며 관심을 보였다.
만남만으로도 뜻 깊은 자리였지만 아쉽게도 둘 모두에게 좋은 결과까지 끌어내진 못했다. 이대호는 2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2회 1사 1ㆍ2루에 타석에 들어섰지만 2루수 앞 병살타로 고개를 숙였고, 4회에는 중견수 플라이에 머물렀다. 그는 7회 1사 1루에서 대타 루이스 사디나스와 교체됐다.
추신수 역시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몸에 맞는 공 1개와 볼넷 2개를 골라내 3차례 출루한 뒤 도루 1개를 성공시켰다. 하지만 7회초 상대 레오니스 마틴의 타구를 더듬어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 수비에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날 경기는 8회에만 홈런 3방을 터트린 시애틀의 10-2 승리로 끝났다.
한편 오승환(34ㆍ세인트루이스)이 메이저리그 두 번째 등판에서도 완벽한 투구로 ‘끝판왕’의 면모를 과시했다. 오승환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CN 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전에 6회말 등판해 1이닝을 3탈삼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았다. 5-5 동점에서 6회말 등판한 오승환은 첫 타자 조디 머서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머서를 상대로는 시속 151km 포심 패스트볼 1개와 슬라이더 3개를 던졌고,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137km 슬라이더로 타이밍을 빼앗아 헛스윙을 유도했다. 피츠버그 벤치에서는 맷 조이스를 대타로 냈고, 오승환은 2볼-2스트라이크에서 이번에는 151km 빠른 포심 패스트볼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마지막 상대 존 제이소를 맞아서도 초구 151km 빠른 공으로 파울을 유도한 뒤 2구로 118km 느린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마지막 공은 150km 강속구로 루킹 삼진이었다. 이로써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2경기에서 2이닝,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게 됐다. 지난 4일 경기 데이비드 프리스를 시작으로 5타자 연속 삼진 기록도 이어갔다. 오승환은 5-5로 맞선 7회초 자신의 타석에서 대타 콜튼 웡과 교체됐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는 연장 11회말 끝내기 안타를 내줘 5-6으로 졌다. 김지섭기자ㆍ김주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