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1부) 수원FC 전ㆍ현직 외국인 선수들의 ‘스펙’을 보면 놀랍다. 작년 시즌을 마치고 폴란드 명문 레흐 포즈난으로 떠난 미드필더 시시 곤잘레스(30)는 스페인 청소년대표를 지냈고,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를 100경기 가까이 뛴 선수다. 올 시즌 입단한 오군지미(29)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벨기에 국가대표 출신이다. 역시 올 시즌 수원FC 유니폼을 입은 하이메 가빌란(30)도 스페인 청소년대표 출신에 프리메리리가 헤타페에서 주장까지 했다.
이름값만 높은 게 아니라 실력도 으뜸이다. 시시는 수원FC를 챌린지(2부)에서 올해 클래식으로 올려놓은 일등 공신이다. 오군지미는 지난 3일 광주FC와 홈경기에서 K리그 데뷔골을 터뜨리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아 출전하지 못하고 있는 가빌란은 조만간 팬들에게 기량을 선보일 예정인데 기대가 자못 크다.
시민구단이라 살림이 넉넉하지 않은 수원FC가 두둑한 연봉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이들의 연봉은 대략 3억 원. 10억 원 안팎의 연봉을 자랑하는 외국인을 보유한 클래식 빅클럽의 3분의 1 수준이다.
수원FC에는 스카우트가 없다. 비용 문제 때문에 외국인 선수 기량을 직접 확인하러 브라질이나 유럽으로 가지 못한다. 주로 동영상에 의존하는데 수원FC 조덕제(51) 감독만의 노하우가 있다. 조 감독은 “공이 없는 상황에서 선수가 얼마나 많이 뛰는 지 꼭 체크한다”고 말했다. 게으른 선수는 탈락이다. 끊임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며 상대를 몰아치는 ‘벌떼축구’를 선호하는 조 감독은 활동량 적은 선수는 쳐다보지 않는다.
성장 환경도 확인한다. 부상이나 슬럼프 등으로 부진에 빠졌다가 부활을 노리는 선수를 선호한다. 시시는 무릎 부상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다가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열었다. 역시 무릎을 다쳐 선수 생명에 위기를 겪었던 오군지미와 가빌란도 제2의 시시를 꿈꾼다. 조 감독은 “유럽에서 청소년이나 국가대표를 할 정도면 기본 기량이 우수하다는 뜻이다. 그들은 한국에서 다시 성공 스토리를 쓰겠다는 의지도 강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위험 부담도 있다. 한국에 와서 재기에 성공할 지는 아무도 장담 못한다. 조 감독은 코치들은 물론 프런트와도 격의 없이 토론하며 최대한 실패 확률을 줄인다. ‘입소문’ 효과도 봤다. 한국이라는 생소한 무대 입성을 망설이던 가발란은 시시의 강력한 추천으로 수원FC행을 결심했다.
마지막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수원FC가 수도권 구단이라는 것도 강점이다. 외국인 선수들은 문화ㆍ교육 시설, 대형마트, 쇼핑센터 등이 잘 갖춰진 수도권을 선호한다. 구단 홍보팀 최명진 대리는 “시시가 수원이 최고의 도시라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리가 FC서울이나 수원 삼성처럼 큰 구단은 아니어도 엄연히 130만 인구를 자랑하는 수원이 연고지 아니냐”고 웃음지었다.
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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