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지난 주 미래 국방발전의 청사진이라 할 수 있는 5개년(2017~2021)중기계획을 발표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고도화하고 가시적이고 임박한 위협으로 다가옴에 따라 이에 대한 대응전력을 구비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계획에 따르면 북한군이 곧 실전 배치할 것으로 보이는 신형 방사포와 수도권을 위협하는 장사정포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전술지대지유도탄이 2018년까지 개발 완료된다. 또한 북한의 전력망과 변전소 등을 인명 피해 없이 파괴할 수 있는 비살상무기인 탄소섬유탄, 일명 정전폭탄도 2021년까지 개발하여 수 백발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이미 탄소섬유탄을 실전화하여 걸프전에서 그 위력을 선보인 바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지에 전력공급을 차단함으로써 사전 무력화를 달성해 선제타격 이상의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대상 기간중에 차기 공군전력의 핵심인 스텔스 전투기 F-35A와 해군의 3,000톤급 잠수함이 전력화되며, 북한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탐지용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도 2020년까지 도입된다. 한마디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과 방패의 역할을 하는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전력을 구비함으로써 의지와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된 셈이다.
우리에게 향후 5년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능력을 제대로 갖추어야 하는 결정적인 시기이다. 지난 3월 김정은이 민감한 정보를 공개하며 과시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해도 핵은 이미 소형화 경량화되어 무기화했거나 무기화에 아주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탄도미사일도 대기권 진입기술 확보가 머지않았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방부가 밝힌 중기계획을 보면 자주적 방위역량을 강화하기 위하여 새로운 무기도 반영하고 계획의 실현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고민한 흔적이 역력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계획대로 추진될지 의구심이 든다.
우선, 계획의 실현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5개년 예산의 평균 증가율을 기존 7%에서 5%로 반영한 것은 의미 있는 하향 조정이지만 이것마저 지켜질지 불투명해 보인다. 당장 중기계획의 1차 년도인 내년도 국방비 증가율을 5.6%로 설정하여 금년도 국방비 증가율인 3.6%보다 2%포인트 높게 산정하였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내년에 경제성장률이 3%가 안 되는 상황에서 5.6%의 증가율 목표가 과연 현실성이 있을지 의문스럽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하지만 곧 내년도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재정당국에 의해 삭감되고 국회에 가서는 쪽지 예산에 밀려 장밋빛 꿈이 누더기 예산으로 탈바꿈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중기계획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지속가능성인데 이 역시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중기계획의 2차 년도인 2018년 초에는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된다. 새 정부의 국정운영방향과 국가안보 정책에 따라 국방예산의 범위와 우선순위가 조정될 가능성이 다분히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북한의 위협이 엄존하고 있으며, 더욱이 핵과 미사일 등 비대칭 위협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는 심각한 남북 대치상황에서 국방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고 그때그때의 상황논리나 정권의 입맛에 따라 들쑥날쑥 한다면 국가안보에 치명적이다. 입으로만 안보의 중요성을 외칠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예산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정책은 예산이 확보될 때 비로소 살아 있는 유기체가 되지만 적절한 예산 지원이 없으면 바람처럼 날아가는 공약(空約)과 같다.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확보하는 것은 보통 수년에서 10여 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중기계획과 장기국방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청와대를 불바다로 만들고 서울의 통치기관을 짓뭉개겠다’는 북한의 말폭탄과 핵과 미사일이 비대칭위협이라면 우리의 압도적인 예산은 북한에 대한 가장 실효적인 대한민국의 비대칭무기이다.
장광일 동양대 국방과학기술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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