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정기예금ㆍ7%대 RP 등
고금리 특판상품 앞다퉈 출시
“지속 불가능한 미끼상품” 눈총도
연 8% 이자를 주는 정기예금, 7%대 환매조건부채권(RP), 5%대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ELB)까지….
2%대 예금 금리도 찾아보기 어려운 요즘, 시중은행과 증권사들이 다투어 ‘눈이 번쩍 뜨이는’ 고금리 특판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계좌이동제 도입의 영향으로 고객 유치를 위해 ‘역(逆)마진’을 감수하고 내놓는 당근들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최근 연 8% 금리의 ISA전용 예금 상품을 내놓았다. 올 1월 이후 SC은행과 거래를 시작해 ISA에 가입한 고객에게는 1년 만기 정기 예금에 연 2% 금리를 주고, 그 중 매월 추첨을 통해 당첨된 10명에게 6%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얹어 총 8%의 금리를 준다. 잘 나가는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수익률에 버금가는 이자율로 고객의 계좌이동과 ISA가입을 유인하려는 전략 상품이다.
은행권 ISA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KEB하나은행은 최소 연 5% 수익률을 보장하는 ISA 전용 ELB 상품으로 재미를 봤다. 하나은행의 3개월 만기 ELB는 은행이 파산하지 않는 이상 5% 수익률을 보장하고 있어 안정적인 중수익 상품을 선호하는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은행권과 치열한 ISA 고객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증권업계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은 RP 상품에 높은 금리를 얹어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자사 일임형 ISA 포트폴리오 중 가장 투자위험도가 낮은 ‘키움원금지급추구형 플러스’ 상품에 가입하면 RP를 30%까지 편입해 연 7%까지 금리를 제공한다. 다른 증권사들도 5%대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 RP를 무기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안전 상품인 RP로 증권사가 마진을 남기려면 연 5% 이자를 계속 주어서는 불가능하지만 경쟁사에 밀리지 않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역마진 마케팅을 하지 않는 금융사들은 시선은 곱지 않다. 한 은행 관계자는 “손해를 감수하겠다는데 말릴 수는 없지만 지속 가능하지도 않은 미끼 상품으로 소비자에게 ISA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선 손익에 민감한 금융사들이 일부 역마진 상품을 내놓더라도 전체로는 결코 밑지는 장사를 하지 않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금융사마다 싸게 조달한 자금이 있게 마련인데, 이 한도 내에서 손해보지 않을 정도의 고금리 상품을 내놓는 것”이라며 “치열한 경쟁 속에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그간 아껴둔 실탄을 쓰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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