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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반갑지 만은 않은 경주시 공무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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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반갑지 만은 않은 경주시 공무원들

입력
2016.04.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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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경주시 김유신장군묘 진출입로 흥무로 인근 형산강지류 하천부지를 노점상들이 점령하고 있다.
지난 4일 경주시 김유신장군묘 진출입로 흥무로 인근 형산강지류 하천부지를 노점상들이 점령하고 있다.

“벚꽃시즌이 두렵습니다.” 벚꽃이 만발하면서 관광객이 몰리는 요즘 경주시 공무원들의 하소연이다.

최근 벚꽃이 만발한 경주시 김유신장군묘 인근 하천부지에 불청객들이 찾아와 경주시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노점상들이 ‘생업’을 빌미로 경주시의 통제선을 뚫고 경주 포항시민의 젖줄인 형산강 지류 하천을 점령했기 때문이다. 관광경주 이미지 훼손은 물론 수질오염을 유발하지만 강제철거도 여의치 않아 경주시의 속앓이만 깊어가고 있다.

김유신장군묘 주변은 수령이 오래된 왕벚나무가 많아 봄철이면 경주에서도 유명한 벚꽃 관광지이다. 시내보다 다소 늦게 피기 때문에 9일 경주벚꽃마라톤대회가 열릴 때엔 전국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 지역은 이미 전국에서 몰려온 기업형 노점상들이 점령,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음식과 술을 파는 포장마차와 뽑기 등 사행성 오락 포장마차가 형산강 지류 하천부지를 차지하고 있다.

경주시가 10여 년 전부터 노점상들 차지가 된 김유신장군묘 일대 도로를 지키려고 경비용역업체를 동원해 지난달 22일부터 24시간 막았지만 하천부지로 방향을 튼 노점상들을 저지하는데 실패했다.

경주시는 이미 하천 관련법에 따라 고발했지만 노점상 대표에게 100만~200만원의 과태료부과가 고작이어서 노점상들은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 노점상들은 경주시의 강제철거를 막기 위해 하천 진입로에 자체 경비대를 배치, 노점상 관계자 이외의 차량은 출입을 금지시키고 있다.

70개에 육박하는 노점상들은 간이화장실 하나 없는 하천부지에서 음식점 영업 등으로 오수를 함부로 버리고, 일부 몰지각한 노점상과 관광객들의 노상방뇨도 비일비재하다. 더구나 이 하천은 경주시와 포항시민들의 주된 상수원인 형산강으로 흘러 들고 있어 상수원 오염 문제도 일으키고 있다.

경주시 도로과 금병천 팀장은 “매년 되풀이 되는 노점상 문제는 생계가 달린 노점상 측과 충돌을 우려해 강력한 단속을 주저하는 점을 노려 이 같은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며 “인근 상가의 반발과 관광객들의 불편이 심해 단속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라고 하소연했다.

경주시의 미온적인 대처가 노점상들의 공권력 경시풍조를 조장한다는 비난도 있다. 한 주민은 “노점상들이 행정기관도 무시하고 조폭처럼 형산강지류를 점령했는데 철거조차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한 단속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선 노점상 양성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한다.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벚꽃 시즌마다 대치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기보단 적당한 공간을 제공하고 간이화장실을 설치하는 등 위생문제를 해결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주대 구본기 관광경영학과장은 “경주시가 관광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절한 장소를 노점상들에게 제공하고, 노점상들은 기본적인 편의시설을 자체적으로 설치한 이후 정상적으로 영업한다면 진해 군항제 못지 않은 벚꽃관광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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