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후 3라운드 일정을 소화한 K리그 클래식 초반 판도에 시민구단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제 3경기씩 소화한 것에 불과해 큰 의미를 둘 단계는 아니지만, 이른바 클래식 무대에서 ‘못 가진 자’로 비유되는 시민구단들이 꽤 선전하고 있다는 자체가 고무적이다. 성남FC는 승점 7(2승 1무 골득실 +3)로 리그 3연패에 도전하는 전북 현대(승점 7 골득실 +2)에 골득실에서 앞선 단독 1위에 올라 있다. 3부 리그격인 내셔널리그 출신 팀으로 최초로 클래식에 승격해 주목 받는 수원FC가 승점 5(1승 2무)로 4위를 달리고 있고, 득점 선두(4골) 정조국(32)을 앞세운 광주FC는 6위(1승 1무 1패 승점 4 골득실 0)에 포진해 있다. 3전 전패 꼴찌로 떨어져 있으나 완벽에 가까운 인프라를 갖추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반격도 기대해볼 만하다.
시민구단들의 이 같은 활약은 시민 통합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등 지자체에 활력소가 된다는 진단이다. 당장 수원시는 지난해 29개였던 공식 지역 후원사가 올해 54개로 증가했고 연간회원권도 1만 장 가까이 팔렸다. 시민구단으로는 유일하게 누적관중 10만 명을 돌파한 성남시는 2014년 재창단 이후 시민주주를 모집한 결과 3만 명이 넘는 시민 및 기업ㆍ단체들이 참여했다. 시민구단들의 성공은 기존의 ‘가진 자’ 기업구단들을 자극한다는 점에서도 리그 발전에 빼놓을 수 없는 긍정요소다.
시민구단들이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선 팀 성적이 좋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초반 활약이 반짝이 아닌 지속성을 유지하고자 각 팀 감독들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강호 수원 삼성(2-0 승), 깃발더비로 화제를 모았던 수원FC(1-1 무), 저력의 포항 스틸러스(1-0 승)와 3경기를 통해 실력을 입증 받은 김학범(56) 성남 감독은 악착같은 승부근성을 시민구단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그는 “우리가 살아갈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 한 발 더 뛰어 다른 팀을 괴롭히는 방법뿐”이라고 강조했다. 클래식 무대에서 경험이 쌓인 성남은 탄탄한 조직력과 전술운용 능력을 갖추고 있어 웬만해선 크게 추락하는 일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일 광주를 꺾고 3경기 만에 감격의 클래식 첫 승을 신고한 조덕제(51) 수원FC 감독은 성남과 달리 “아직 전통의 강호들을 만나지 않아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고 겸손해했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합류한 특급 용병 오군지미(29ㆍ벨기에)와 가빌란(31ㆍ스페인)의 컨디션이 100%가 아닌 가운데서도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이들이 90분 풀타임을 뛰며 팀에 기여할 때부터 수원의 진가가 발휘될 것이라는 기대다.
비록 수원FC에 일격을 당했지만 광주도 내심 자신감이 넘치기는 마찬가지다. 남기일(42) 광주 감독은 “어차피 우리보다 못하는 팀은 없다”며 “잘 하는 팀을 상대로 잘 해왔으니까 다음 경기들도 준비했던 대로 하면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당당함을 유지했다. 해결사 정조국이 버틴 공격진은 광주의 자랑거리다. 남 감독은 정조국으로부터 파생되는 득점 루트 다변화에 희망을 걸고 있다.
다만 시민구단은 자본을 위시한 기업구단과 달리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약점을 안고 있다. 시즌이 흐를수록 역부족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구조일 수 있다.
지난 시즌이 좋은 예다. 22라운드를 끝으로 올스타전 휴식기에 접어든 2015년 7월 중순까지 성남은 5위, 인천은 7위, 광주는 9위였다. 성남은 최종 5위를 지켰지만, 인천은 8위, 광주는 10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결국 시민구단들의 핵심 과제는 초반 기세를 끝까지 이어갈 뒷심을 어떻게 기르느냐다.
정재호기자 kem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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