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조화벽(1895~1975) 지사가 3ㆍ1 독립선언서를 숨겨 운반했던 100년 전 가방이 공개됐다.
여성가족부는 5일 조화벽 지사의 며느리인 김정애(80) 여사가 조 지사의 유품 82점을 경기 고양시의 국립 여성사전시관에 기증했다고 밝혔다. 유품은 조 지사가 3ㆍ1 만세운동 당시 일본의 감시를 피해 3ㆍ1 독립선언서를 숨긴 버선을 운반했던 가죽가방, 조 지사의 남편이자 유관순 열사의 오빠인 유우석 지사(1899~1968)가 독립 운동 당시 들고 다녔던 가죽가방 등이다.
거국적으로 3ㆍ1 독립운동이 전개된 1919년 개성 호수돈여학교에 재학 중이었던 조 지사는 권애라 지사 등과 함께 독립선언서를 인쇄해서 사람들에게 나눠준 후 헌병대에 끌려가서도 “독립만세”를 외치는 등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또 아직 독립운동이 본격화되지 않은 고향 강원 양양에서 독립운동을 벌이기로 하고, 일본 경찰의 감시와 검열을 피해 독립선언서를 버선 안에 넣은 후, 이 버선을 가로 60㎝, 세로 40㎝ 크기의 가죽 가방에 담아 몰래 들고갔다. 조 지사는 양양에서도 독립운동을 벌였다.
이후 교직 생활을 하던 조 지사는 유관순 열사의 오빠이자 독립운동가인 유우석 지사와 1925년 결혼했다. 유관순 열사의 남동생들인 관복, 관석씨를 양양에 은신시킨 후 키우기도 했다. 정부는 1982년 조 지사에게 대통령 표창, 1990년에는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유우석 지사는 충남 공주에서 학생대표로 독립운동 계획에 참여해 독립선언서 1,000여 매를 등사하고 대형 태극기 4개를 만들었다. 1919년 4월 1일 공주읍 장날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태극기를 나눠주고 선두에서 만세운동을 벌였다. 이날 충남 천안 아우내 장터에서 대대적인 독립만세운동 주동했던 유 지사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현장에서 순국했고, 동생 유관순 열사도 일본 경찰에 붙잡혔다. 유 지사는 그 후 조국수호회, 원산청년회, 설악회 등 독립운동 조직을 만들어 독립운동을 이어갔고 수 차례 옥고를 치렀다. 정부는 유 지사의 이 같은 공로에 대해 1982년 건국포장,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여성부 관계자는 “조 지사의 며느리인 김정애 여사가 개인적으로 유품들을 보관해 오다 지난해 광복 70년을 계기로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새롭게 조명되자 기증을 결심했다”며 “여성 독립운동가들은 업적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관련 유품ㆍ유물 전시회를 올해 안에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증된 유품은 6월 이후부터 국립 여성사 전시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독립운동가 조화벽 유우석 지사 유품(여성가족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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