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울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선수단이 도열한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났습니다.”
‘넥센 히어로즈의 목소리’ 김은실 홍보팀 과장이 지난 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 앞서 ‘은퇴식’을 가졌다. 구단은 ‘당신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선수들은 그라운드로 향했고, 열정을 쏟아 냈습니다’고 적힌 감사패를 전달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은 더그아웃 앞에서 김 과장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프로 야구선수도 하기 힘든 은퇴식 주인공이 된 김은실 과장은 “주목을 많이 받아 부끄럽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프로야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시는 많은 분들을 대신해 서는 것이라고 생각하겠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 과장의 목소리는 넥센 팬들이라면 누구나 떠올릴 만큼 친숙하다. 현대 유니콘스 시절부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넥센 홈 구장의 장내 아나운서를 맡아왔다. “현대 시절 관리지원팀 비서로 입사를 했는데, 맡은 업무 중 하나가 장내 방송이었다. 장내 아나운서가 하고 싶어 지원을 했던 건 아니었지만 그 일이 참 좋았다. 마이크를 통해 나가는 내 목소리가 신기했다. 몇 번 타자 누구라고 소개를 할 때 팬들이 ‘와~’하고 소리를 지르면 짜릿한 느낌이 들었다.”
힘들었던 기억도, 즐거웠던 추억도 많다. 김 과장은 “2012, 013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퓨처스(2군) 3경기를 1군 구장에서 했다. 낮에는 퓨처스 경기, 저녁에는 1군 경기를 하다 보니 3일간 6연전을 하게 돼 정말 힘들었다”며 “하지만 1군 구장에서 경기를 하게 된 선수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힘들다는 내색도 못했다”고 회고한다.
꽉 찬 관중 앞에서 방송을 하는 건 그가 늘 꾸는 꿈이다. 김은실 과장은 “수원에서는 텅 빈 구장에서 방송을 하는 날이 많았는데, 목동으로 옮긴 뒤 관중이 꽉 찼을 때 굉장히 뿌듯했다”고 말한다.
홍보팀의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후임에게 인수인계를 하며 ‘마지막’을 준비했다. 이장석 넥센 대표는 김은실 과장의 마지막 방송 날짜를 고척돔의 첫 홈 경기로 정해주고, 은퇴식 자리도 마련해줬다. 넥센 팬들도 직접 제작한 감사패와 꽃바구니를 보내는 등 그의 ‘은퇴’를 아쉬워했다. 김 과장은 “너무 많은 분들이 신경을 써주셨다. 그날 주심이셨던 문승훈 심판이 9회를 마친 뒤 무전기로 ‘은실씨, 수고했어’라고 말씀해주시는데 감동을 받았다. 항상 옆에서 함께 고생을 하신 KBO 기록원분들도 인사를 해주시는데 정말 감사했다”고 했다.
김 과장은 은퇴식을 마친 뒤 또 다른 출발선에 섰다. 이제는 홍보팀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김은실 과장은 “시원섭섭하다는 말이 정말 딱 맞는 표현인 것 같다. 그래도 선수들의 이름을 부를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이제 다시 입사한 느낌이다. 앞으로 내가 맡은 자리에서 더 열심히 해서 지금까지 받은 관심에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주희 기자 ju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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