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직장인 10명 중 1명 성희롱 경험…외모 평가 > 음담패설 > 술 따르기 강요
피해자 80%는 “참고 넘어가” …女 “해결 안 될 것 같아서” 男 “큰 문제 아니어서”
직장에서 성희롱을 경험한 직장인 중 여성은 주로 회식장소, 남성은 회사 내에서 이 같은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4~12월 공공기관 직원 1,477명(336개소), 민간기업 6,367명(1,279개소) 등 직장인 7,800여명을 조사한 ‘2015년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5일 발표했다. 정부 차원의 민간 기업에 대한 성희롱 실태조사는 처음이다.
여성 직장인 피해가 남성의 5배…남성, 상사가 주로 가해
조사 결과, 여성 직장인은 10명 중 1명(9.6%)이 ‘현재 직장에 재직하는 동안 한번이라도 성희롱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남성(1.8%)보다 5배 이상 높다. 또 일반 직원(6.9%)이 관리직(4.6%)보다, 비정규직(8.4%)이 정규직(6.2%)보다 성희롱을 1.5배 정도 많이 경험했다. 연령별로는 20대(7.7%), 30대(7.5%)의 피해가 컸다. 성희롱 내용은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3.9%)가 가장 많았고, ‘음담패설 및 성적 농담’(3.0%) ‘회식에서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하는 행위’(2.5%) 등 이었다.
성희롱 피해 경험자 500명을 별도로 조사한 결과, 가해자는 직장 상사(39.8%)가 가장 많았고 하급자(39.8%) 동급자(15.6%) 외부인(4%) 순이었다. 가해자 성별은 대부분 남성(88.0%)이었다. 성희롱이 발생한 곳은 여성은 회식장소(46.7%)가 가장 많고, 직장 내(41.9%) 야유회 워크숍 등(2.6%) 등의 순이었다. 반면 남성은 직장 내(50.3%)가 가장 많았고, 회식(29.2%)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피해자 10명은 8명은 “참았다”
하지만 피해자 10명 중 8명은 제대로 대처하지 않고 ‘참고 넘어갔다’(78.4%)고 응답했다. 참은 이유는 남녀가 서로 달랐다. 여성은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50.6%)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지만, 남성은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72.1%)가 압도적이었다.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성희롱 행위자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등 개인적으로 처리(6.8%)하거나 상급자나 동료와 면담(4.7%)을 한 경우도 있지만, 사내 성희롱 처리기구를 통해서 공식적으로 처리한 경우는 0.6%에 불과했다. 또 성희롱 문제에 직접 대처한 응답자들은 54.4%가 처리 결과에 대해 불만족 한다고 답했으며, 불만족 이유는 ‘성희롱 행위자에게 적절한 사과를 받지 못했다’(51%)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또 실제 사내 성희롱 사건을 담당한 성희롱 방지 업무담당자 64명을 조사한 결과, 피해자는 20.9%, 가해자는 35.3%가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로 직장성희롱은 여성, 20ㆍ30대, 비정규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남성, 40대 이상, 상급자에 의해 발생한다는 그 동안의 통념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며 “또 공공기관은 성희롱 예방교육 및 전담부서 등이 제도적으로 잘 갖춰져 있었지만 민간기업은 기업 규모가 큰 기업들만 이 같은 제도가 잘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도 파악됐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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