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범죄수사대 일선서 확대
블랙박스 등 온라인모니터링
실적경쟁에 경찰력 낭비 지적
지난 2월 서울 강서구에서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까지 50여㎞ 가량 광란의 레이스를 벌인 외제차 폭주족 일당 수사에는 5개 경찰서가 뛰어들었다. 시속 250㎞로 도로를 질주하고 칼치기를 일삼는 이들의 영상이 중고차 매매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오자 이를 본 경찰들이 수사에 나섰던 것이다. 결국 영상을 가장 먼저 확보한 서울 서부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이 일당을 붙잡고 최종 승자가 됐다.
경찰청이 교통범죄수사팀을 전국 일선서로 확대ㆍ신설하면서 최근 난폭ㆍ보복운전 검거 소식이 연일 언론에 오르고 있다. 실제 경찰이 2월 15일부터 한 달간 난폭ㆍ보복운전 집중단속을 한 결과 적발 건수는 1,903건에 달했다.
살인, 강도 등 다른 강력범죄와 달리 교통범죄 수사 실적이 유독 높은 이유는 뭘까. 서부서뿐 아니라 요즘 일선서 교통범죄수사팀은 사이버수사대만큼이나 온라인 모니터링에 열심이다. 블랙박스 영상 제보가 활발한 데다 네티즌 수사대의 활약에도 기댈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증거가 교통범죄 해결에 위력을 발휘하다 보니 경찰이 직접 제보를 구하는 일도 다반사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해 4월 보배드림에 보복운전 제보를 의뢰한 뒤 3주 만에 30건의 영상을 수집했고, 이 중 보복운전 기준에 부합하는 17건을 골라내 피의자들을 불구속 입건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4일 “온라인 제보는 영상 등 현장 증거가 구비돼 수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교통범죄 수사의 경우 다른 범죄 수사와 달리 사실상 관할 개념이 없다는 점도 경찰서 간 경쟁을 격화시키는 요인이다.
하지만 온라인 수사가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 온라인 영상을 놓고 경찰서 간 실적 경쟁이 붙어 경찰력이 낭비되는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서울의 한 경찰서 교통범죄 수사관은 “소위 언론을 탈 수 있는 사건 피의자를 검거하면 표창을 받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매달리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제보의 힘이 입증된 만큼 행정력 중첩을 피하고 제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수사방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교통 수단의 발달로 관련 범죄도 늘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사 관할권 조정을 서둘러야 한다”며 “근본적으로는 처벌에 의존하기보다 대국민 교육을 통해 배려하는 운전 문화를 만드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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