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원내 교섭단체 청신호
3당 체제 지속 전망은 미지수
수도권 단일화 무산 큰 부담돼
국민의당이 4ㆍ13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석 이상을 얻기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 호남지역의 강세로 호남 전체 28석 가운데 절반 이상, 수도권에서 안철수 대표 지역구 서울 노원병 1곳과 5~6석 이상의 비례대표 의석을 합하면 원내교섭단체 구성은 충분할 듯싶다. 안 대표도 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최저 20석, 최대 40석을 목표로 열심히 뛰고 있다”고 밝혔다.
안 대표가 그 동안 줄기차게 외쳐온 3당 정립(鼎立) 체제가 구축되는 것인가. 마침내 거대 양당 기득권 체제가 무너지고 명실상부한 다당제 시대가 열릴까. 안 대표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나는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민의당이 20석 이상을 얻는다 해도 안 대표 본인 의석을 제외하면 나머지 지역구는 모두 호남 의석이다. 이 의석들은 안 대표 지지가 아니라 호남지역의 반(反) 친노 패권주의, 반 문재인 정서의 결과물이어서 총선 후 정치상황에 따라 안 대표 뜻과는 관계 없이 움직일 수 있다. 천신만고 끝에 이뤄낸 원내 교섭단체가 하루아침에 붕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호남 일원을 돌아본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지원 의사에 대해 “유세를 다닐수록 호남에서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강하게 반대했다. 더민주 호남 후보들 그 누구도 문 전 대표의 방문을 원하지 않는다. 그 정도로 호남지역의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반문 정서는 심각한 수준이다. 호남에서 국민의당의 강세는 그 같은 정서로 인한 반사이익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안 대표가 자신에 대한 지지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호남의 한 유력정치인은 “안 대표가 호랑이 등을 탄 거다. 호남 민심을 착각하고 있다”고 했다.
안 대표는 이번에 특별히 호남정치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것도 아니고, 호남 공천에서도 이렇다 할 새 인물을 수혈하지도 못했다. 천정배 의원이 주장했던 뉴 DJ 발굴을 뒷받침한 것도 아니다. 결국 국민의당은 ‘호남 자민련’이 될 것이라고 하지만 안 대표는 어느 모로 보나 그 호남 자민련의 맹주로서 자리 잡기는 힘든 상황이다. 요컨대 호남은 안 대표의 정치적 기반이 되기 어렵다. 국민의당 내부의 야권 통합론자들은 총선이 끝나자마자 안 대표를 흔들어댈 게 분명하다.
게다가 수도권에서의 야권후보 단일화 무산으로 새누리당에 180석 이상의 압승을 안기는 사태가 발생하면 안 대표의 입지는 더욱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국회선진화법이 무력화하는 이 구도에서는 국민의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도 3당 체제라는 의미는 미미해진다. 야당 참패에 대한 원성이 제1 야당을 분열시킨 문 전 대표와 안 대표 두 사람에 쏠리겠지만 한발 물러나 있는 문 전 대표보다는 후보단일화에 소극적이었던 안 대표에게 더욱 많은 비난이 쏟아질 게 뻔하다.
물론 새누리당은 자체 분석결과 140석 안팎을 예상하며 과반 의석 획득이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공천파동과 대통령 존영 논란 등으로 중도층과 일부 보수층의 표심이 돌아선 결과라고 하지만 다분히 엄살로 비친다. 122개 선거구가 몰린 수도권의 58개 경합지역 가운데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후보단일화를 이룬다면 새누리당이 크게 불리하겠지만 투표용지 인쇄일인 4일까지 야권후보 단일화는 미미했다. 이렇게 일여다야 구도로 선거가 치러지면 수도권에서 새누리의 압승 가능성은 매우 높다.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일찌감치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한 세를 구축한 만큼 안 대표가 수도권의 후보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이번 총선 결과 여야 균형이 이뤄지길 바라는 많은 국민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길 만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단일화를 하더라도 국민의당 후보가 더 확장성이 있다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으로 아까운 기회를 놓쳤다. 안 대표는 “지금까지 정치를 하면서 결과에 대해 항상 책임을 져왔다”고 했다. 야권후보 단일화 무산으로 야권이 궤멸하면 과연 어떻게 책임을 질까.
논설실장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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