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여성감독 스테이시 패슨의 ‘커피 한잔이 섹스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요상한 제목의 영화가 있다. 욕망을 억압당한 한 여성이 섹스를 통해 교감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해 비밀 비즈니스를 한다는 스토리다. 제목만 보면 커피와 섹스가 어우러지는 묘한 장면이 상상되고 커피가 마치 흥분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섹스에 대한 커피의 효능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커피에는 카페인과 폴리페놀이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어 세포 산화 억제, 노화 예방, 기억력 증진, 위암ㆍ직장암ㆍ간암ㆍ전립선암 억제 등 효과가 있다. 카페인은 대뇌피질에 작용해 사고력을 높이고 의식을 맑게 해 지각 능력을 높인다. 혈압을 떨어뜨리며, 대사를 항진시키고, 위액의 분비를 증가시켜 소화기능을 돕는다. 반면 중추신경을 자극해 숙면을 해쳐 피로를 가중시키고,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심혈관질환의 위험도가 높아지고 불안감이 유발된다.
커피의 유래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한 양치기가 커피 열매를 처음 발견했고, 이후 아랍으로 전래되어 음료로 개발되었다. 14세기에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커피콩을 불에 구워 가루로 만들어 걸러 마시기 시작했다. 중세유럽에서는 성적 자극제로 알려졌었는데, 독일 작곡가 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커피와 성욕을 소재로, 커피를 예찬하는 커피 칸타타(BWV 211)를 작곡했다. 그렇다면 정말로 커피가 성기능에 효과가 있을까?
여러 연구에서 커피가 생화학적 및 행동학적으로 섹스와 연관이 있다는 근거들이 제시되고 있다. 하루 한 잔 이상 커피를 마시면 중년여성에서는 성생활의 빈도가 증가했고, 중년남성에서는 남성호르몬의 양이 증가하고 발기력이 좋아졌다고 한다. 또 커피가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성욕을 증가시키고 성행위의 동기를 유발할뿐더러 남성의 음경혈관을 확장시켜 발기력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커피가 성에 미치는 기전은, 성적 욕망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분비를 자극하여 성욕을 상승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성욕 증진 효과는 평소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에겐 효과가 별로 없고, 마시지 않던 사람들에게 잘 나타난다.
안타깝게도 커피가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들도 많다. 커피가 교감신경계를 자극해 성적 흥분을 줄이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상승시켜 성기능을 위축시킨다. 카페인은 남성의 음경해면체에서 발기에 관여하는 아데노신의 활동을 억제하므로, 커피를 마신 후에는 발기 강도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또 과도하게 커피를 마시면 정자의 숫자가 감소하고 운동력이 떨어져서 난임이나 불임이 초래된다. 하지만 적당한 양의 커피를 마실 경우, 정자의 임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요로에 미치는 영향은, 카페인이 방광과 요도를 자극하고 배뇨증상을 유발하고 악화시킨다. 하루 커피를 4잔 이상 마시는 여성에서 요실금 발생 위험도가 높아지고,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커피를 마시면 빈뇨 등 소변보는 불편함이 악화될 수 있다. 과민성방광, 요실금, 전립선비대증 등 배뇨장애를 가진 남성이나 여성들이 커피를 마시고 성관계를 하게 되면 성욕에 약간의 도움을 주지만, 배뇨증상 악화로 인해 흥미가 반감되거나 도중에 중단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커피 한 잔에는 100~150mg의 카페인이 들어 있는데, 하루에 400mg 정도의 카페인 섭취는 큰 문제가 없으므로 커피는 하루 2~3잔이 적당하다. 영화 ‘커피 한잔이 섹스에 미치는 영향’에서 커피는 여자들의 욕망을 표출하는 수단으로 표현되었다. 또 역사적으로 커피는 최음제나 흥분제로도 여겨져 왔으나 아직까지 논란이 많고, 성기능에 어떤 영향을 준다는 의학적인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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