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 일원 돼
“다문화 가정 출신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게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들이 비행에 빠지지 않고, 우리나라의 디딤돌로 성장했으면 합니다.”
지난해 말 정든 검찰을 떠난 김경수(56ㆍ사법연수원 17기) 전 대구고검장이 퇴직금 1억원을 부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면서 내비친 바람이다. 지난 1일 송금을 마무리한 그는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의 회원으로도 가입됐다.
검찰 내에서 최고의 특별수사통 검사로 손꼽혔던 김 전 고검장은 “30년간 검찰에 있으면서 많은 혜택을 입었는데, 그 감사함을 어떻게든 갚고 싶었다”며 나눔을 실천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는 “퇴직 이후 어디에 기부해야 할지 고민을 하다, 기부금 전액의 용도를 지정할 수 있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택하게 됐다”면서 “세 차례나 근무해 각별한 인연이 있는 부산 지역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김 전 고검장이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을 기부 대상으로 정한 데에는 초임 검사 시절 강력부 근무 경험이 작용했다. 조직폭력배의 길로 빠져든 이들 중에 가정이나 학교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못 받은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특히 요즘의 한국사회를 보면 다문화 가정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보다 더 그런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그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경우 학년 진급률이 그렇지 않은 가정보다 낮다”며 “청소년기 좌절은 자칫 반사회적 행위로 이어질 소지가 있는데, 소년원 입소하는 청소년 중에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때문에 이들이 우리 사회에 적응을 잘할 수 있도록 돕고, 혹시 비행에 물들었다면 바로잡아 주는 데에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전 고검장은 “피부색은 달라도 그 아이들 역시 우리 사회의 소중한 일원”이라며 “디딤돌로 키워야지 걸림돌이 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전 고검장은 4일 서울 서초동에서 개인 사무실을 열고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2013년 대검 중수부 폐지 직전 ‘마지막 중수부장’을 지내기도 한 그는 “이제 일하는 장소와 방법이 바뀌었지만 지금까지 배운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변호사로서도 올바르고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988년 춘천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부산지검 검사, 법무부 검찰3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수원지검 2차장, 부산지검 1차장, 서울고검 형사부장, 대전ㆍ부산ㆍ대구고검장 등을 지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