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유지 자산운용 회장직 사임
대우증권 비상근 회장으로
통합 작업 진두지휘 나서
“금융의 삼성전자에 도전”
상견례 갖고 업무보고 받아
“새 사명은 미래에셋대우증권”
대우증권 인수 마무리 작업에 전념하고 있는 박현주(사진)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창업 이래 20년 가까이 줄곧 회장직을 유지해 왔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떠나 대우증권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룹의 회장 지위에는 변함이 없지만 자신의 분신과도 같던 자산운용에서 증권으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을 바라보는 시선은 예사롭지 않다. 그만큼 대우증권과의 통합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방증이자, 향후 그룹의 중심추를 가늠해 볼 시험기간이 될 거란 해석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4일 “대우증권 조직의 조기 안정과 통합 증권사의 성공적 출범을 위해 박 회장이 직접 대우증권 회장을 맡아 통합작업을 직접 진두지휘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조만간 미래에셋자산운용 회장직을 사임하고 대우증권의 비상근 회장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현재 대우증권 대표를 맡고 있는 홍성국 사장은 적어도 오는 10월을 목표로 한 합병사 출범 때까지는 현직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당초 박 회장이 최현만 미래에셋 수석부회장을 대우증권으로 보내 홍성국 현 대표와 함께 통합작업을 준비하게 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을 깨고 박 회장이 1997년 직접 설립해 줄곧 회장직을 맡아 온 자산운용을 떠나면서까지 합병 증권사로 가겠다고 한 것에 대해 업계는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자산운용사 임원은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증권사 임원 겸직이 금지된다. 박 회장으로선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결국 대우증권을 택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전문금융그룹을 표방하는 미래에셋에서 자산운용사는 그룹의 모태이자 박 회장이 가장 아끼는 핵심 중의 핵심”이라며 “미래에셋그룹의 무게 중심이 자산운용에서 증권으로 이동하겠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작년 말 대우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 “(통합 증권사를 통해) 금융의 삼성전자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미래에셋 안팎에선 우선 박 회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양사 합병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회장은 이날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대우증권 임원진과 상견례를 갖고 업무보고를 받는 등 대우증권 회장으로서의 업무를 사실상 시작했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홍성국 사장에게 미래에셋그룹 배지를 달아주면서 ‘이제부터 한 가족’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 기자들의 질문에 “통합사의 사명은 미래에셋대우증권이 될 것” “통합은 대우증권을 중심으로 미래에셋증권이 더해지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밝히며 향후 경영방침까지 분명히 하는 한편, 대우증권 직원들의 구조조정 불안감을 선제적으로 보듬는 모습도 보였다.
박 회장은 오는 15일 미래에셋대우증권 통합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강원 홍천군 블루마운틴CC에서 양사 임원진이 참여 하는 합동 워크숍을 연다. 곧 대우증권과의 기업통합이미지(CI)도 만들 예정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