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까지 즉각 철회 촉구
“강정마을에 또다른 갈등 우려”
정치권ㆍ시민단체 등도 한 목소리
해군이 제주 서귀포시 강정주민 등을 상대로 해군기지 공사를 방해했다며 34억5,000만원의 구상권을 청구한 것과 관련해 도민사회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제주도민을 대표하는 제주도의회까지 나서 구상권 청구를 즉시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제주도의회는 4일 ‘해군의 강정마을에 대한 구상권 청구에 따른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해군이 구상권을 청구한 사실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성명에는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을 비롯해 여야를 막론하고 제주도의회 소속 40명 의원 전원의 서명이 담겨 있다.
앞서 해군은 지난달 28일 제주해군기지 공사 지연에 따른 손해에 대해 강정마을회와 주민들, 평화활동가와 단체 등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삼성물산이 시행한 항만 제1공구 공사에 대한 것으로, 청구 금액은 34억5,000만에 이른다.
특히 해군기지 공사장 입구 농성천막 등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행정대집행 비용 8,900여만원과 벌금 등으로 3억원을 이미 떠안고 있는 강정주민들에게 구상권 청구까지 이뤄지면서 새로운 갈등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해군기지 항만 제2공구 공사를 담당한 대림건설도 공사지연에 따른 손실비용 230억원을 청구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도의원들은 “햇수로 10년이 다 되도록 엄청난 분란을 겪어야 했던 강정마을이 또 다른 갈등에 휩싸일 위기에 봉착했다”며 “강정주민들은 ‘해군은 강정주민을 다 죽이고 마을을 가져가라’고 각계에 호소하고 있다. 이 피 끓는 심정을 누구도 외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법적인 소송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애초부터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용납될 수도 없다”며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지난날의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국가안보와 제주평화번영의 길에서 민과 군이 아름다운 동행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구상권 청구 철회를 주문했다.
도의회뿐만 아니라 해군의 구상권 청구에 대해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강정마을회는 지난달 30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해군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유발된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강정주민들이 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제주도민들을 비롯해 도지사, 도의회, 국회의원 후보들 모두가 강정주민들의 눈물을 외면하지 말고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정의당은 해군이 강정주민들을 대상으로 구상권을 청구할 경우 해군 방산비리 책임을 물어 2,000억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맞서겠다며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 녹색당도 “절대보전지역을 위법적으로 해제하고, 환경영향평가 합의도 파기한 정부의 벌금과 배상금은 얼마인가”라며 해군의 구상권 청구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4ㆍ13총선에서 서귀포시 선거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강지용,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후보도 “해군은 구상권을 철회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외에도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와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등도 해군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해 해군의 구상권 청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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