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김연훈. /사진=kt
"나이도 서른이 넘었는데 아직 연봉이 그 정도(4,700만원)다. 열심히 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조범현(56) kt 감독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합류한 내야수 김연훈(32)을 두고 한 말이다. 김연훈은 2007년 2차 2라운드 16순위로 KIA에 신인 지명을 받고 2008년 트레이드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SK가 주목한 것은 그의 수비 능력이다. 2루수, 유격수, 3루수를 소화할 수 있는 수비는 인정 받았지만 방망이가 문제였다. 줄곧 백업 요원으로 지낼 수밖에 없는 큰 이유였다.
지난해 말 kt의 부름을 받을 때도 역할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 감독은 "바로 1군에 도움이 될 내야수"라며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kt에서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김연훈에게 정말 기회가 왔다. 외국인 타자 앤디 마르테가 햄스트링 통증 탓에 3루 수비를 할 수 없자 개막 엔트리 경쟁에서 승리한 김연훈이 1일 SK와 개막전 3루수로 선발 명단에 들어갔다. 개막전 선발 출전은 2007년 입단 후 처음이다.
김연훈은 첫날부터 갈고 닦았던 타격 솜씨를 뽐냈다. 자신의 통산 4호 홈런을 SK 에이스 김광현에게 선제 2점 아치로 뽑아냈다. 2일에도 안타 1개를 추가했고, 3일에는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 팀이 0-2로 뒤진 7회초 1사 1ㆍ3루에서 중간 투수 김승회를 상대로 우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2타점 2루타를 쳤다. SK는 방심하고 있다가 큰 코를 다친 셈이다. 2루타 한방으로 kt는 분위기를 가져왔고 곧이어 터진 이진영의 결승 3점포에 힘입어 SK와 3연전을 2승1패로 마쳤다. 조 감독은 "김연훈의 안타가 타선 분위기를 끌어올렸다"고 칭찬했다.
이날 김연훈은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서도 가치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3루수 마르테에 이어 1루수 김상현까지 발목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1루수로 데뷔 후 첫 선발 출전했다. 수비 하나만큼은 타고난 덕분에 안정감 있게 소화했다. 그는 "SK에 있을 때 미국 애리조나 교육리그에 가서 1루 수비를 해봤다"며 "난 백업 요원이다. 언제 어디서든 준비하고 있다가 주전 선수들이 다치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김)상현이 형의 무릎이 안 좋으니까 1루 수비도 생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김연훈은 한 시즌 목표를 정해둘 겨를이 없다. 단지 하루, 하루만 보고 달린다고 했다. 그는 "대수비든지, 대주자든지 나갈 때마다 팀이 이기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면서 "대타로는 과연 나갈 일이 있을까"라고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그러나 지금 보여준 타격 감이라면 조 감독이 쥔 최고의 '조커' 카드로 손색 없다. 김연훈의 '반전 드라마'는 이제 시작이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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