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구희승과 3파전
전남 순천은 호남 유일의 새누리당 지역구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인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가 2014년 7ㆍ30 재보선에서 ‘예산폭탄’공약을 앞세워 이변을 일으킨 지역이다. 이번 4ㆍ13 총선에선 이 후보가 수성(守城)하는 입장에 섰고, 순천시장을 두 번 역임한 노관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텃밭 탈환을, 구희승 국민의당 후보는 새정치를 앞세우며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이 후보의 예산폭탄은 여전히 유효한 듯 보였다. 2일 오전 순천 아랫장에서 40년째 철물점을 운영하는 반모(64·여)씨는 “순천만정원을 국가정원으로 만들고 예산도 많이 따왔다”면서 “짧은 기간에 많은 일을 했는데 한번 더 뽑아주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새누리당은 맘에 들지 않지만 이정현은 잘 혔어” 하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5일장이 열린 이날 새벽부터 각 정당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은 유세 준비로 분주했다. 유세차에 올라탄 이 후보는 “순천시민들이 또 한 번의 정치혁명을 일으켜 지역을 위해 일할 큰 정치인으로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핵심공약인 의과대학 유치에 대해 “꼭 내 손으로 마무리 짓겠다”고 했다. 부인 김민경씨도 상인들과 인사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최근 여론지표에서 이 후보는 노 후보에 밀리고 있다. 여수MBC·순천KBS·코리아리서치센터의 지난달 28일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27.2%, 노 후보 41.8%였다. 29일 SBS·TNS코리아 여론조사에선 노 후보 44.5%로, 25.0%에 그친 이 후보를 20%포인트 정도 앞섰다. 구 후보도 14.5%로 큰 격차를 보였다.
연향동에 사는 신모(53)씨는 “힘 있는 여당 후보를 뽑으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산폭탄은 피부에 와 닿지 않았고, 국정교과서 등에 대해 시민 뜻과 동떨어진 발언으로 자존심이 상했다”고 했다.
오전 10시쯤 노 후보가 ‘그래도, 노관규’라고 쓰인 삼각 깃발이 달린 배낭을 메고 시장을 찾았다. 노 후보는 “20대 총선은 새누리당에 빼앗긴 순천의 자존심을 반드시 되찾는 날이 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호남에서 더민주 지지도가 예전 같지 않지만, 현 정부의 경제실정 등을 고려한다면, 그래도 더민주 후보를 찍어달라는 것이다. 노 후보는 시장 재임 때 순천만 습지 보전사업, 2013년 국제정원박람회 유치 등 굵직한 사업을 통해 도시환경을 변화시켰다는 긍정 평가를 받고 있다.
남정동에 거주하는 김모(72)씨는 “노 후보는 순천만정원을 완성하지 못하고 시장 직을 사퇴해 지탄을 받았지만 정원박람회를 처음부터 기획하고 유치했다”면서 “다른 후보보다 지역정서와 발전 방향에 환한 그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 했다. 2년 전 재보선 출마를 위해 시장 직을 중도 사퇴한 경력과 시장 재임 시 서갑원 전 의원과 갈등으로 야권 지지층을 분열시켰다는 여론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변호사 출신인 구 후보는 새누리당ㆍ더민주 동시 때리기로 두 후보를 추격하고 있다. 그는 “호남정치를 망친 무능한 더민주당과 사회적 약자를 외면한 새누리당을 심판하자”며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신대지구에 거주하는 이모(34·여)씨는 “안철수가 생각하는 정치가 실현되기를 바란다”며 “지역에서는 구 후보가 이를 대신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3일 주승용, 박지원 의원 등과 순천을 찾아 지원유세를 펼쳤다.
순천=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