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업무능력 개선 노력 부족
1, 2년 인사평가로 대상자 추리고
67%가 저성과자 비율 강제할당
“퇴출 목적 절차로 악용 우려” 지적
저성과자를 따로 관리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 절반 이상이 열흘 미만 초단기 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성과자를 일정 비율 강제 할당하는 기업도 세 곳 중 두 곳이었다. 정부가 일반해고 지침에 명시한 취지와는 달리 성과 부진을 평가하고 재교육하는 과정이 해고로 가는 요식 절차로 악용될 수 있는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3일 한국노동연구원 ‘노동리뷰 4월호’에 실린 보고서 ‘인사평가제도의 실태’를 보면 지난해 9월 현재 저성과자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한 대기업(300인 이상) 68곳 중 교육 프로그램 기간이 10일이 안 되는 경우가 57.4%(39곳)에 이르렀다. 18곳(26.5%)은 교육 기간이 사흘에도 미치지 못했다. 교육 기간이 10일 이상 30일 미만이거나 30일 이상 90일 미만인 기업은 각각 4곳, 9곳이었다. 실적이 저조한 직원의 업무능력 개선을 위해 석 달도 투자하지 않는 기업이 4분의 3(76.5%)이나 되는 것이다. 정부가 올 1월부터 시행 중인 공정인사 지침에는 교육ㆍ훈련이나 배치 전환 같은 해고 회피 노력 없이 형식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부당해고 판결이 불가피하다고 안내돼 있다. 보고서를 쓴 노동연구원 정동관 부연구위원은 “90일 미만 단기 교육으로 업무능력 향상을 얼마나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저성과자 교육이 퇴출을 목표로 하는 상시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형식적 절차라는 비난을 면하려면 모든 면에서 지금보다 충실하게 구성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침과 현실의 괴리는 이뿐 아니다. 정부는 법원 판결을 근거로 상대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업무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등급별로 미리 정해둔 비율을 강제할당해 저성과자를 ‘만들어내는’ 기업이 조사 대상(501곳) 중 67.1%(336곳)나 됐다. 특히 1,000명 이상 대기업 138곳 중에선 74.6%(103곳)가 이런 방식을 적용하고 있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 익스피디아 등 해외 기업들은 최근 강제할당 방식을 포기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소개했다.
평가과정도 성급해 해고 명분 축적이라고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저성과자 선별 기업군(群)의 74.3%가 1, 2년 인사 평가만으로 관리 대상자를 추렸다. 저성과자 해고가 정당성을 갖추려면 교육이나 전보 등 능력 향상 기회를 줬는데도 상당 기간에 걸쳐 개선 여지가 없어 회사가 피해를 입어야 한다는 게 기존 판례의 논리다. 정 부연구위원은 “1, 2년이라는 기준이 저성과 지속성 측면에서 종업원들에게 얼마나 수용될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선 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인사평가를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퇴출시킬 목적으로 악용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며 “직무 부적합이나 직무능력 부족이 이유인 해고는 공정한 인사평가에 따른 합리적 인사관리가 실시된 뒤 최후 수단으로 실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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