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ㆍ13 총선을 앞두고 갈팡질팡을 거듭해 공정한 총선관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2일 국민의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만의 후보단일화 시에는 ‘야권단일후보’라는 명칭을 쓸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불과 이틀 전까지는 같은 경우에 대해 야권후보 단일후보 명칭을 쓸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했던 중앙선관위다. 총선 현장에 혼란을 부추겨도 유분수지 중앙선관위의 판단력과 공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 번복은 같은 사안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온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인천지법 민사21부는 1일 인천 남구을 선거구에서 정의당 김성진 후보가 더민주 후보와만 단일화를 한 뒤 ‘야권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잘못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제야 같은 선거구의 국민의당 안귀옥 후보가 부당함을 거듭 주장했음에도 꿈쩍 않고 있던 중앙선관위가 부랴부랴 긴급회의를 열어 당초와 180도 다른 유권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법원은 “선관위가 과거 판례의 문구를 단편적이고 기계적으로 해석해 오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여다야(一與多野)구도로 치러지는 이번 총선에서 야권후보단일화가 선거판세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선관위가 민감한 단일후보 표현에 대해 이랬다저랬다 입장을 바꿔 혼선을 가중시킨 것은 중대한 문제다. 경남 창원성산 선거구에서도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더민주 후보와 단일화를 한 뒤 선관위 문의를 거쳐 야권단일후보 표현을 사용해오다 새누리당에 의해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공직선거관리규칙에 투표용지 인쇄 시작일이 4일로 돼 있음에도 인쇄 사정을 이유로 일부 선거구에서 지난달 31일부터 인쇄를 하도록 한 것도 공정성 논란을 부르고 있다. 야권후보 단일화 결과를 반영되지 않게 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것이다.
중앙선관위가 저지른 황당한 일은 더 있다. “오빠랑 하고 싶은데…”라며 다분히 청춘남녀의 성관계를 연상시키는 대화를 주고받는 동영상을 유튜브 공식 계정에 올렸다가 선정적이라는 비난이 일자 열흘 만에 내렸다. 아무리 젊은이들의 투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이런 해괴한 발상이 기안되고 받아들여지는 중앙선관위의 의사결정구조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에 앞서 걸그룹 AOA 멤버 설현을 내세운 투표 독려 영상도 여성비하라는 이유로 한국여성단체연합으로부터 게시 중단 요구를 받았다. 이렇게 어이 없는 판단과 황당한 실수를 거듭하는 중앙선관위가 과연 20대 총선을 제대로 치러낼 수 있을지 심히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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