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이진영. /사진=kt
"3번, 4번, 5번 타자가 다 빠졌다."
조범현(56) kt 감독은 3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시즌 개막 전 구상했던 클린업 트리오가 시작부터 연이은 부상으로 빠져 나갔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한테 어드밴티지로 3점은 주고 해야 하지 않나"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kt는 이날 선발 라인업에 3번 이진영(36)-4번 문상철(25)-5번 박경수(32)를 올렸다. 앤디 마르테(33)-김상현(36)-유한준(35)으로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무게감이 확연히 떨어진다. 마르테는 햄스트링, 김상현과 유한준은 2일 경기 중 발목을 다쳤다.
조 감독의 걱정은 베테랑 이진영이 통쾌한 한방으로 날렸다. 이진영은 0-2로 끌려가다가 2-2로 균형을 맞춘 7회초 무사 1ㆍ3루에서 SK 왼손 신재웅을 상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역전 3점 홈런을 터트렸다. 시즌 1호 홈런, 이적 후 첫 대포다.
지난해 2차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kt의 부름을 받은 이진영은 친정 팀으로부터 외면 당한 아픔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다. 당시 '젊은 피'를 육성 기조로 삼은 이진영을 40인 보호 선수에서 제외했고, 경험 있는 외야수가 필요한 kt는 그를 가장 먼저 지명했다.
이진영은 갈비뼈 미세 골절 탓에 뒤늦게 시범경기에 5차례 나가는데 그쳤지만 시즌 개막 3경기 만에 결정적인 한방을 날리며 건재함을 알렸다. 이날 성적은 3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2볼넷. kt는 중심 타선의 부재에도 5-2로 이겨 SK와 개막 3연전을 2승1패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첫 홈런을 중요한 순간으로 터트렸다.
"전날 너무 못해 미안한 마음이 있었고, 힘들었다. 긴박한 순간 긴장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 안 좋은 결과가 나왔다. 경기 전 (조범현) 감독님이 힘을 빼고 가볍게 치라는 말을 해줬는데 귀에 잘 들어왔다. 그래서 공도 더욱 잘 보이고 운 좋게 홈런도 나왔다."
-경기 막판 동점 위기까지 몰렸을 때 기분은 어땠는지.
"정말 심장이 터질 뻔했다(웃음). 잘 끝나 다행이다."
-개막을 앞두고 갈비뼈 부상으로 시즌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뜻하지 않게 다쳤다. (훈련을) 열심히 하다 다쳤다고 생각한다.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배려를 잘 해준 덕분에 빠르게 회복을 할 수 있었다."
-중심 타선이 모두 빠진 상태에서 큰 힘을 발휘했다.
"시작 전에 비가 내려서 경기를 하느냐, 못하느냐 얘기를 할 때 후배들에게 '이대로는 못 간다. 전날 못했기 때문에 여기서 죽더라도 꼭 경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만회할 수 있어 기쁘다."
-개막 3연전을 통해 건강함을 완전히 입증한 것 같다.
"아직 갈비뼈가 다 붙지 않았다. 오늘 처음 수비에 나갔는데 지장은 없었다. 또 도루도 했으니까 이 정도면 괜찮은 것 아닌가."
-고참으로서 막내 구단의 후배들을 어떻게 이끌어 가고 있는지.
"이 팀에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고 이적해서 왔다.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감독님도 실력보다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팀을 좋은 분위기로 만들어가는 것을 원한다."
인천=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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