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익숙하지 않은 경고를 마주하면 당황스럽기 마련이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주의 작은 마을 바트호프가슈타인(Bad Hofgastein) 중심가를 걷다가 뜻 모를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연애금지? 남녀가 다정하게 걷지 말라는 표시인가?’ 등을 맞댄 반대편 표지판을 보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만 다니라는 표시, 즉 보행자 전용도로 표지판이다. 대각선으로 금지선이 그어진 표지판은 보행자 전용도로가 끝난다는 표시다. 도로는 당연히 자동차를 위한 길이라는 인식을 일순간에 뒤집는다. 자동차 전용도로는 익숙한데 보행자 전용도로는 아직 낯설다. 쉽게 알아보지 못한 건 아마도 운전자 위주의 표지판에만 익숙해져 온 탓일 게다. 차량도 많지 않고 인구 8,000명에 지나지 않은 시골 도시에 보행자 전용도로가 있다는 사실도 부러운 일이다. 도로나 신호체계를 꾸준히 개선하고 있지만, 유럽의 도시들에 비하면 서울은 여전히 보행자에게 불친절하다. 우선 도심의 도로라도 기계가 아닌 사람 우선으로 개선되길 기대해본다.
여행팀 차장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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