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자산 70배 차이에도
동일한 규제 묶는 것은 불공평”
“자산 10조 이상 재조정” 목소리
창업한 지 15년이 채 되지 않은 카카오, 셀트리온 등 코스닥 상장기업들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같은 규제를 받는 명실상부한 ‘대기업집단’ 반열에 올랐다. 언뜻 눈부신 성장을 자축할 만도 하지만 정작 해당 기업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일 기준으로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65개 그룹을 새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 지정했다고 3일 밝혔다. 올해 새로 대기업집단에 포함된 곳은 카카오와 셀트리온, 하림, SH공사, 한국투자금융, 금호석유화학 등 6개 기업이며 홈플러스와 대성은 자산 감소로 명단에서 제외됐다.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면 공정거래법상 상호 및 신규 출자, 채무보증이 금지되며 소속 금융ㆍ보험사가 가진 계열사 주식 의결권에 제한을 받는 등 각종 규제를 받게 된다. 현행법상 대기업집단 대상으로 한 규제 조항은 공정거래법 등 20개 법률에 걸쳐 34개에 달한다.
올해 명단에는 특히 인터넷기업인 카카오(자산 5조1,000억원)와 닭고기 가공업체 하림(9조9,000억원), 바이오 의약품업체 셀트리온(5조9,000억원) 등 코스닥 기업들이 대거 합류해 눈길을 끈다. 카카오와 하림은 각각 로엔엔터테인먼트와 팬오션 인수, 셀트리온은 보유주식 가치 상승이 주 요인이 됐다.
하지만 이들은 대기업집단 지정이 반갑지 않은 눈치다. 당장 카카오는 하반기 출범을 앞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대주주가 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이 산업자본의 은행 보유지분(10%)과 의결권(4%)을 제한하는 은행법상 금산분리 조항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대기업집단이 될 경우, 법 개정에서 소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과 하림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돼 계열사와의 기존 내부거래를 대거 정리해야 할 처지다.
이에 따라 재계 등에선 “삼성그룹(348조2,000억원)과 자산 70배 차이가 나는 카카오를 같은 규제로 묶는 건 불공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1987년 ‘자산 4,000억원 이상’으로 출발한 대기업집단 기준은 이후 ‘상위 30대 그룹’(1993~2001년), ‘자산 2조원 이상’(2002~2007년), ‘자산 5조원 이상’(2008년)으로 계속 바뀌어 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주장처럼 기준을 ‘자산 10조원 이상’으로 올리면 대기업집단 수는 65개에서 37개로 크게 줄어든다. ‘30대 그룹’으로 기준을 다시 바꾸자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어느 정도 필요성은 있다고 보지만 국민 여론 등을 감안, 신중하게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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