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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3 영령들이여, 고이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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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3 영령들이여, 고이 잠드소서”

입력
2016.04.0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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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제68주년 4ㆍ3 희생자 추념식 봉행

황교안 총리“지속적인 위령사업 추진”약속

총선 후보들도 공식선거운동 일시 중단

제68주년 4ㆍ3 희생자 추념식이 3일 제주시 봉개동 4ㆍ3평화공원에서 엄숙하게 봉행됐다.

‘4ㆍ3평화정신, 제주의 가치로!’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날 추념식은 행정자치부 주최, 제주도 주관으로 진행된 가운데 황교안 국무총리 등 정부 인사와 여야 지도부, 유족, 도민, 각계 인사 등 1만여명이 참석해 희생자를 추모했다.

황교안 국무총리(오른쪽 부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 이상돈 국민의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김세균 정의당 공동대표 등이 3일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68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국무총리(오른쪽 부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 이상돈 국민의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김세균 정의당 공동대표 등이 3일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68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국무총리가 3일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68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념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국무총리가 3일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68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념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황 총리는 추념사를 통해 “4ㆍ3사건으로 안타깝게 희생되신 희생자 영전에 머리 숙여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며 4ㆍ3 영령들의 넋을 위로했다.

황 총리는 또 “지금부터 68년 전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오랜 시간 큰 고통을 겪어온 유가족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위령사업 등을 통해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아픔을 해소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황 총리는 “우리나라가 더욱 평화롭고 더욱 번영하는 선진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국민적인 화합과 단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런 의미에서 제주도민들이 보여준 ‘화해와 상생’의 4ㆍ3 정신은 우리 국민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주도민들의 관용과 통합의 노력이 우리 사회를 더욱 따뜻한 공동체로 만드는데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인사말에서 “특별법 제정과 정부 공식사과 등 4ㆍ3 해결을 위한 노력은 국가추념일 지정까지 이어지면서 과거사 갈등 해결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며 “4ㆍ3의 화해와 상생의 정신을 올곧게 계승해 제주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양윤경 4ㆍ3희생자유족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아직까지도 일부 극우 보수단체에서 4ㆍ3 흔들기에 나서면서 유족과 도민들의 아픔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또 오늘 이 자리에 대통령이 참석해 헌화, 분향했다면 더욱 좋았으련만 하는 아쉬움은 차마 지울 수가 없다”고 간접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4년째 추념식 불참과 최근 논란이 되는 4ㆍ3 희생자 재심사 문제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이날 추념식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이상돈 국민의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김세균 정의당 공동대표와 여야 국회의원도 함께 자리해 헌화·분향하며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과 도민을 위로했다. 4ㆍ13 총선에 나서는 제주지역 후보들도 이날 거리홍보와 차량유세 등 공식선거운동을 일시 중단하고, 4ㆍ3평화공원을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3일 제68주년 4ㆍ3희생자 추념식이 열린 4ㆍ3평화공원내 행방불명인 표석 앞에서 유족들이 제를 지내면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김영헌 기자.
3일 제68주년 4ㆍ3희생자 추념식이 열린 4ㆍ3평화공원내 행방불명인 표석 앞에서 유족들이 제를 지내면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김영헌 기자.
3일 제68주년 4ㆍ3희생자 추념식이 열린 4ㆍ3평화공원내 희생자 각명비 앞에서 유족들이 제를 지내면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김영헌 기자.
3일 제68주년 4ㆍ3희생자 추념식이 열린 4ㆍ3평화공원내 희생자 각명비 앞에서 유족들이 제를 지내면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김영헌 기자.

추념식에 앞서 식전행사로 불교, 원불교, 개신교, 천주교 등 4대 종단 성직자들이 참여한 종교의례가 진행됐다. 제주도립 제주합창단과 도립 서귀포합창단은 해병대 제9여단 군악대의 연주에 맞춰 ‘빛이 되소서’와 ‘섬의 연가’를 합창했고, 제주도립무용단은 진혼무를 공연했다.

또 추념식이 끝나자 행사장을 가득 메운 4ㆍ3유족들은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도 헌화와 분향을 하며 68년 전 영문도 모른 채 스러져간 4ㆍ3 영령들을 위무했다.

국가추념식으로 치러진 이날 위령행사는 제주뿐 아니라 서울ㆍ부산제주도민회가 각각 분향소를 설치해 4ㆍ3 희생자를 추모했다. 또 23일에는 일본 도쿄에서 4ㆍ3 추모행사가, 24일에는 오사카에서 재일본 4ㆍ3 희생자위령제가 열린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14년 4ㆍ3 사건이 발발한 4월3일을 국가기념일인 ‘제주 4ㆍ3 희생자 추념일’로 지정하고 매년 국가의례로 추념식을 봉행하고 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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