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첫 날 충남 공주시 신관동 신월초교 인근 교차로. 신호등에 녹색 불이 켜지자 70대 노신사가 노란 깃발을 들고 능숙하게 차들의 정차를 유도했다. 그리고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아이들을 향해 환한 미소를 보냈다. 아이들은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신월초교 학부모들은 노신사에 대해 “비가오나 눈이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주시는 분”이라고 했다.
조동수(72) 전 신월초 교장은 2008년 이 곳에서 정년퇴직 했지만, 그 후에도 8년째 아침마다 학교로 출근한다. 학교 앞 횡단보도가 그의 새 ‘일터’로 매일 아침 학생들의 안전한 등교를 지켜주고 있다. 그는 “복잡한 도로에 어린이를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며 “아이들이 안전하게 하루 일과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어른들의 의무”라고 안전지킴이를 자처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가 신월초 교차로의 등굣길 안전지킴이로 나선 것은 정년 퇴직 훨씬 이전인 2003년부터다. 신월초교에 교장으로 부임한 직후 빠르게 달리는 차량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뛰어 건너는 학생들의 모습을 마음 졸이며 그냥 지켜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조씨는 매일 등굣길 교통지도에 나서 13년째 매일 오전 7시 노란 깃발을 들고 집을 나서고 있다. 평교사 시절부터 부임하는 학교마다 교통지도를 했으니 안전지킴이 경력이 30년은 족히 넘을 것이라는 게 주변의 얘기다.
“솔직히 나이를 먹으니 쉬고 싶기도 하죠. 한데 아이들이 노란 깃발을 든 할아버지를 기다린다는 생각에 새벽에도 눈이 저절로 떠집니다. 보람이 있으니 새벽 바람도 맞을 만 합니다.”
조씨는 교통지도를 하면서 학교 앞을 지나는 영업용 차량이나 등교버스 운전자에게도 90도로 인사한다. 운전자들에게 ‘스쿨 존에서 안전운전을 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그는 또 아침마다 만나는 아이들에게 ‘예뻐요’ ‘착해요’ ‘사랑해요’라는 말을 건넨다. 하찮은 말 한마디 같지만, 아이들에게 칭찬으로 긍정의 메시지를 불어넣고 싶어서다. 조씨는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등굣길 안전지킴이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뛰어 놀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소중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공주=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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