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관심에서도 멀어지지만
불법현수막 걸 자리도 없어
바야흐로 분양의 계절 봄입니다. 주말마다 견본주택으로 나들이를 온 가족들이 많아졌다는 소식도 종종 들립니다. 그런데 그에 비해 길거리에선 홍보 현수막이 덜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수도권에서 분양할 아파트 물량은 3만2,852가구로 지난해 4월(3만3,823가구)보다 2.9% 줄었습니다.
또 올해는 4월에 분양을 하더라도 총선, 그러니까 13일 이후로 일정을 잡은 곳이 많습니다. 특히 대규모 단지들의 일정 연기가 눈에 띕니다. GSㆍ현대ㆍ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의 ‘킨텍스역 원시티’(2,194가구)는 3월 말 분양하려다 이달 15일로 날짜를 미뤘습니다. 현대산업개발이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짓는 1,061가구 규모의 ‘DMC2차 아이파크’도 당초 3월 분양에서 총선 이후로 일정을 재조정 했습니다. 대림산업도 ‘양주신도시2차 e편한세상’(1,160가구)을 4월 중순 이후 분양할 예정입니다.
대대로 총선이 낀 해에는 선거가 있는 달의 물량 자체가 확 줄었다고 합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치러진 4번의 총선에서 선거가 있던 2000년, 2004년, 2008년 4월 월평균 분양물량은 1만4,464가구로 3월의 2만1,816가구에 비해 33.7%나 감소했습니다. 이후 5월 평균 분양물량은 2만279가구로 전달에 비해 다시 40.1%가 증가했습니다. 총선을 피해 3월로 최대한 일정을 앞당기고, 그게 어려우면 아예 5월로 미룬 것이지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선거로 쏠려 마케팅 효과를 별로 볼 수 없다는 겁니다. 선거철이니 사람들이 모일 때마다 “투표 때 기호 몇 번 찍을 거니?”가 앞서지 “어느 아파트에 분양할거니?”란 질문은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거지요.
복병은 또 있습니다. 총선에 나온 후보들에게 현수막 ‘명당’ 자리를 뺏기기 일쑤입니다. 사거리 한복판 등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곳은 여지없이 후보, 당의 홍보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각 지자체에서는 올 들어 불법 현수막 단속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총선과 맞물려 시내 곳곳에서 판치고 있는 불법 플래카드를 철저히 가려내겠다는 취지이지만 그 여파는 건설사에도 미치고 있습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지정 장소에 현수막을 내걸려면 경쟁이 치열해 몇 개월 전 예약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현수막의 크기, 위치 등 제약이 많이 따릅니다. 그래서 건설사들은 미분양 홍보물, 견본주택 알림 현수막 등을 불법으로 게시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과태료 폭탄을 감수하고서라도 말이죠. 그런데 지금은 불법으로 설치할 자리마저 없다고 합니다. 이래저래 적어도 4월 중순까지 건설사들 입장에선 분양의 최대 적이 ‘부동산 경기와 대출규제’보다 총선일 것으로 보입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