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의 한 실용음악학원 화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2일 “10대 수강생인 방화 용의자를 말렸는데도 불을 붙였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하고 정확인 동기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안산상록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7시25분쯤 상록구 한 2층짜리 상가건물 2층에 있는 학원에서 불이 날 당시 용의자 A(16ㆍ고1)군과 있었던 친구 B군으로부터 이런 진술을 받아냈다.
전날 A군을 따라 학원을 처음 방문했다는 B군은 경찰에 “드럼을 쳐보고 있었는데, 친구(A군)가 라이터로 껌 종이에 불을 붙여 벽에 댔다”면서 “왜 그러냐고 말렸는데도 계속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B군은 “친구가 불이 난 뒤에도 소리를 질러 화재가 발생한 사실을 알리거나 대피를 유도하는 등의 후속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화재 직후 현장에서 불을 낸 혐의로 체포한 A군을 상대로 이날 오후 정확한 범행동기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A군은 화재 당시 연기를 흡입해 B군과 함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A군은 이 학원에서 2개월째 드럼 과목을 수강 중이던 학생이었다.
경찰은 A군을 조사한 뒤 고의로 불을 낸 것이라면 방화치사상 혐의를, 실수로 불을 냈다면 실화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경찰은 학원 내부에 방음부스와 흡음재(방음재) 시공이 관련 법률에 합당한 것인지도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화재 신고접수부터 불이 모두 꺼질 때까지 19분 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흡음재에서 뿜어져 나온 유독가스가 내부 공간에 갇혀 인명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이 불로 기타 강사 이모(43)씨와 드럼 수강생 김모(26)씨 등 2명이 숨지고 나머지 수강생 6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부상자들은 다행히 경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당시 학원 안에는 이 학원 원장과 사상자 8명 등 모두 9명이 있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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