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은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
죽이거나 괴롭혀도 재물손괴죄
학대 금지 위해 처벌 강화하기로
유기동물보호소 지자체 직영화
의료진 확충하고 고양이도 등록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그만큼 13일 치르는 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그들의 표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의식한 듯 각 정당들이 이번 총선을 겨냥해 동물 보호 정책들을 속속 내놓았다.
이에 한국일보는 각 정당마다 어떤 정책들을 갖고 있는 지 살펴보기 위해 동물 보호 정책을 공약집에 명기한 5개 정당에 ▦행정조직과 동물보호법 ▦농장동물 ▦반려동물 ▦실험동물 ▦야생동물 등 항목별 질의서를 보냈다. 각 정당들은 당 차원의 공약 및 개별 후보들의 제시 내용까지 포함해서 답변서를 보내왔다.
5개당 모두 동물 보호 정책을 공약에 담고 있지만 다루는 범위와 정도는 달랐다. 새누리당은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를 내세웠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유기동물과 길고양이 보호를 강조했다. 정의당과 녹색당은 한 발 더 나아가 동물의 법적 지위 인정을 주장했다.
물건 아닌 생명으로 동물 법적 지위 올려 학대하면 처벌 강화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동물에 대한 학대 금지다. 현행 법은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해 동물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면 재물손괴죄가 적용된다. 그만큼 처벌도 크지 않아 동물을 죽여도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그친다. 각 정당은 이 부분을 강화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의 이종배 의원은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교육이나 조련 행위를 금지하고 동물학대와 유기행위 처벌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의원은 동물 학대시 처벌 내용을 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했다. 더불어 이 의원은 투견 도박을 막기 위해 투견용 개 훈련 금지와 도박꾼들의 개 소유권 박탈을 포함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민주당은 장하나 의원이 도마뱀 등 야생동물을 사고 팔 때 일반 택배로 발송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현재 환경노동위에 상정돼 있다. 개, 고양이, 햄스터 등 반려동물은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라 2014년 8월부터 일반 택배 운송이 금지되고 동물전문 운송업체를 통해서만 옮길 수 있다.
정의당은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으로 바꿔 현행보다 동물 학대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동물을 죽이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한다. 특히 정당한 사유가 있더라도 동물의 목을 조르거나 매달아 묶어서 고통을 주거나 자동차에 매달아 끌려 다니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 금지 항목을 구체화했다. 이를 통해 동물을 자동차에 묶어 끌고 다닌 ‘악마 에쿠스’ 사건 같은 가혹행위를 막겠다는 것이다. 또 민법에 동물의 법적 지위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녹색당도 헌법에 국가 차원의 동물보호의무를 명시하고 민법을 개정해 동물을 보호대상인 생명으로 명문화하기로 했다.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법제화 제안
유기동물에 대해서도 각 당 별 후보들이 여러 의견을 내놓았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들은 유기동물보호소를 위탁 운영하고 있으나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이 많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의 이명수 의원은 현재 개만 의무화한 반려동물 등록 대상을 고양이까지 확대해 유기동물 발생을 줄이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유기동물보호소를 지자체 직영으로 바꾸고 의료진을 확충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의당은 소유주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모든 반려동물에 등록 칩 내장을 의무화해 유기동물 발생을 막고 지자체에 직영동물보호센터 설치 및 정부 산하에 중앙동물보호센터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녹색당은 유기동물 보호소 지원정책 마련, 동물 번식업 금지, 판매업 규제 정책을 공약에 포함했다.
길고양이 관련해서는 더민주의 장하나 의원이 길고양이 번식을 막을 수 있도록 중성화수술(TNR) 법제화를 제안했다. 녹색당도 같은 의견이다. 또 정의당은 현재 동물 구조와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 길고양이를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동물복지 담당 부서 및 동물의료보험 신설
그동안 사육환경 개선 등 동물복지는 담당 인력이 각 부처에 산재됐고 보통 축산담당이 동물보호까지 담당하다보니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각 당은 관련 부서 강화 및 신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형주 동물보호활동가는 “동물단체와 반려인들은 오래 전부터 동물복지 담당 부서와 전문 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동물보호법 개정을 추진해 기존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동물복지위원회의 역할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위원회 논의 내용을 심의, 의결해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더민주당은 동물복지위원회에 지방자치단체까지 포함시켜 관리기관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의당은 동물복지 담당 부서 신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의당은 농림축산식품부에 동물보호국, 각 지자체에 동물보호전담부서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녹색당도 동물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전담국을 설치하자는 의견이다.
이밖에 반려동물용 의료보험 마련(새누리당), 반려동물 출입공간 확충(더민주당), 10년내 동물실험 50% 감축(녹색당) 등이 새로운 동물복지 방안으로 제시됐다.
이처럼 동물복지 부서를 강화하거나 신설이 필요한 이유는 각종 동물학대를 막기 위해서다. 특히 반려인들은 ▦유기동물 보호시설 부재 ▦식용 개농장과 도살 ▦길고양이 번식 ▦실험동물 처우 등을 동물복지 문제로 삼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전진경 이사는 “이번 총선이 반려인들과 정치인 모두에게 동물 복지를 개선하기 위해 고민해 볼 기회”라며 “반려인들은 이번에 제시한 공약들이 실천되는 지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안유경 인턴기자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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