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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간절함

입력
2016.04.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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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나를 원한다면 오래된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 하나를 묶어주세요.’ 197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타이 어 옐로 리본 라운드 디 올드 오크 트리’가사의 일부다. 3년 형기를 마친 남자가 부인에게 아직도 사랑한다면 그 표시로 리본을 집 앞 떡갈나무에 달아주고, 리본이 안보이면 모든 것을 잊고 떠나겠다는 노래다. 집이 가까워오자 차마 쳐다볼 용기가 없어 운전기사에게 대신 떡갈나무를 봐 달라는 남자에게 버스 안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내 눈을 믿을 수 없어요. 100개의 노란 리본이 떡갈나무에 매여 있다니.’

▦ 이 노래처럼 사부곡(思婦曲)을 느끼게 하는 사건이 얼마 전 이집트에서 일어났다. 육군장교 출신의 59세 남자가 전 부인을 만나게 해달라며 여객기를 공중 납치해 여자가 살고 있는 키프로스에 비상 착륙하게 한 것이다. 나중에 가짜로 판명된 폭탄벨트까지 두른 남자는 키프로스에서 “전처를 만나게 해달라’는 네장짜리 편지까지 전했다. 여섯 시간 반의 인질극을 끝내고 투항한 그는 사기죄로 수감됐던 탈옥수여서 이 방법 말고는 전처가 있는 곳으로 갈 방법이 없었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 ‘키프로스의 사랑’하면 떠오르는 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키프로스의 왕 피그말리온이다. 조각가이기도 한 그는 마음에 차는 여인이 없어 자신이 직접 이상적이고 완벽한 여인상을 만든 뒤 극진한 사랑을 쏟았다. 이에 감복한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여인상을 인간으로 탄생시켜 부부의 연을 맺게 했다는 내용인데, 여기서 나온 말이 ‘피그말리온 효과’다. 희망이나 믿음, 간절함이 절실하면 행동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꿈이 현실로 이뤄진다는 뜻이다.

▦ 뜬금없는 비교일지 모르지만, ‘공천학살’‘옥새파동’ 등 막장드라마를 연출한 우리 정치에 아직 희망과 믿음이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유권자나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제멋대로 후보를 내고는 표를 달라고 허리를 굽히고 악수를 청하는 행태가 목불인견이다. 그래서인지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대구에서 여당 표심에 심각한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놀란 최경환 새누리당 대구ㆍ경북 선거대책위원장이 “이제부터 친박이란 표현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는데, ‘눈가리고 아웅’하는 그 행태가 더 괘씸하다. 썩은 정치를 반드시 바꾸겠다는 간절함이 4ㆍ13 총선에 임하는 마음가짐이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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