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녹원회 전ㆍ현직 회장
1990년 엘칸토 권정주
1994년 美 김미숙
미스코리아가 60년간 대한민국 최고의 미인 대회라는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쓴 이들이 있다. 미스코리아 입상자들의 친목모임인 녹원회 회원들이다. 녹원회는 단순한 친목모임을 넘어 사회적 나눔을 실천하는 단체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까지 7년간 녹원회 회장직을 맡으며 녹원회가 서울시 사단법인으로 새 출발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한 1990년 미스코리아 엘칸토 권정주(45)와 권 전 회장을 이어받아 회장이 된 1994년 미스코리아 미 김미숙(43)이 미스코리아 6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한국일보를 찾았다. 김미숙 씨는 “미스코리아 60주년을 맞은 해에 녹원회 회장 역할을 맡게 돼 의미가 더욱 크고 영광스럽다”고 했다. 권정주는 “국제적인 미의 사절단으로서 미스코리아가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데 큰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미스코리아는 세월과 상관 없이 영원히 빛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스코리아 친목모임으로 시작
3년 전 사회공헌단체로 재탄생
미코 정신 되새기는 60주년 되길
녹원회는 1987년 처음 만들어졌다. 친목을 위한 모임으로 출발했다가 대중에게 받은 사랑을 나눠주자는 뜻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하면서 이름처럼 ‘푸른 쉼을 주는 정원’이 됐다. 본선 입상자가 매년 7, 8명 정도니 회원수가 400명이 넘는데 실제로 모임에 적극적으로 나오는 회원은 100여명,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회원은 40명 안팎이다. 그 중에서도 회장은 명예보다 책임과 의무, 헌신이 요구되는 자리다. 홈쇼핑 쇼핑호스트로 오래 일하다 유통회사를 차려 경영하고 있는 권정주는 “녹원회 회장을 그만둔다고 하니까 협력 업체에서 좋아하더라”라며 웃었다. 방송 활동을 하다 공연ㆍ전시 관련 업체에서 근무하던 김미숙은 “회장이 되고 나선 녹원회에 집중해야 할 것 같아 휴직까지 했다”고 했다.
녹원회는 2013년 사단법인으로 다시 태어난 뒤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성 장애인, 미혼모, 유기아동, 소아암ㆍ백혈병 환자, 독거노인 등을 돕는 활동을 하는 한편 유방암 퇴치운동의 하나로 자선 골프대회를 열고 있다. 올해는 바자회도 열 계획이다. 두 전ㆍ현 회장은 “앞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한 미혼모와 어린이들을 돕는 일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녹원회가 30년간 이어져온 비결이 뭘까. 두 사람은 “동지애” “전우애”라고 답했다. “미스코리아라고 늘 화려하게 꽃이 핀 상태로만 사는 게 아니에요. 꽃이 꺾이는 일도 당하고 찬 이슬도 맞으며 살죠. 우리끼린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아도 서로 잘 알아요. 동창회나 다른 모임 안 나가도 녹원회에는 꼭 나가는 이유죠.”(김) “아름다움에 관한 정보라면 우리가 세계 최강일 거예요.(웃음) 나이가 많든 적든 관심사가 같고 이야기가 잘 통해요. 그래서인지 10년, 20년 이상 친하게 지내는 회원들이 적지 않아요.”(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꺼지고 난 뒤 미스코리아의 어깨엔 짐이 남는다. 그 짐을 기꺼운 나눔으로 실천하는 것이 녹원회다. 권정주는 “어린 나이에 남들보다 큰 복을 받았고 그것을 베풀고 나눠야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는 것을 부모와 녹원회 선배들에게 배웠다”며 “애초부터 선행에 익숙한 건 아니었지만 몸에 맞지 않은 옷도 자꾸 입다 보면 적응되듯 계속 하다 보니 자연스러워졌다”고 했다.
김미숙은 그러한 사회적인 책임을 “녹원회 선배들이 남긴 유산”이라고 표현했다. ‘미스코리아’라는 타이틀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이들이 60년간 차근차근 쌓아온 유산에 있는 건지도 모른다. 권정주는“품위와 교양, 미모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유지해오는 서재화 선배(1979년 미스코리아 진)가 산 증인”이라며 “60주년을 맞아 미스코리아로서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미스코리아 정신’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고 말했다.
60주년을 맞은 미스코리아에 바라는 것은 뭘까. 권정주와 김미숙은 “유행을 따르는 것보다 전통을 고수하는 장인의 고집을 이어갔으면 좋겠다”며 “미스코리아 고유의 가치를 오래도록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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