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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우쿨렐레ㆍ암벽등반… “전기 원리도 체험 통해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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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우쿨렐레ㆍ암벽등반… “전기 원리도 체험 통해 배워요”

입력
2016.04.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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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진로탐색, 예술체육 활동, 융합교육 등 다양한 유형의 체험학습을 하는 자유학기제가 올해 전국 모든 중학교에서 시행됩니다. 자유학기제 시행 학교를 찾아 성과와 안착 가능성을 살피는 연재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음악ㆍ스포츠ㆍ교과연계 활동

첼로와 플루트 연주해 보고

여섯 가지 운동 종목 경험도

중국어 등 공부에도 충실

“다양한 체험으로 적성 탐색”

“첼로는 태어나서 처음 만져 보는 건데, 직접 소리를 낼 때면 참 신기해요.”

올해 3월 중학생이 된 김모(13)양은 매주 1회 두 시간씩 자신의 체구만한 첼로를 몸에 밀착하고 4층 교실에 자리를 잡는다.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활을 좌우로 움직이면서도 친구들과 함께 수다를 떠느라 정신이 없다. 김양은 “여러 악기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해 배울 수 있는데 그 중 첼로가 가장 재미있어 보였다”며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까지는 좀 어색하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학생 고유의 적성 계발 돕는다”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산중. 평소 조용해야 할 4층 복도는 다양한 악기소리로 꽉 채워졌다. 자유학기제에 참여하고 있는 1학년생 140명 전원이 한 가지씩 악기를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이날 본관과 별관 6개 교실로 나뉘어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클라리넷, 우쿨렐레, 사물악기 등을 배우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기초코드인 C7코드를 처음 배운 우쿨렐레반 학생들은 선생님과 함께 ‘올챙이 한 마리’를 처음으로 완벽하게 연주했다. 땀을 훔쳐가며 연주를 마친 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박수를 쳤다. 박모(13)군은 “조그마한 악기에서 기타와 비슷한 소리가 난다는 게 흥미로워 우쿨렐레를 선택했다”며 “초등학교 때 자주 부르던 노래를 내 손으로 직접 연주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전국 모든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됨에 따라 각 학교는 저마다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다. 자유학기제란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다양한 활동을 경험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올해는 1학기에 55개, 2학기 3,158개 학교가 자유학기제를 운영한다.

당산중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음악연계 주제선택 활동ㆍ스포츠연계 주제선택 활동ㆍ교과연계 주제선택 활동 등 크게 3가지다. 이미경 당산중 연구부장은 “아직 어린 학생들인 만큼 다양한 체험을 통해 각자의 재능과 적성을 탐색해보자는 취지”라며 “학생마다 관심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체육수업을 할 때도 일반 학기 과정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프로그램이 운용된다. 실내 클라이밍(암벽등반) 수업이 대표적이다. 학생들은 본관 뒤편에 마련된 실내공간에서 약 3m 높이의 모형암벽을 오른다. 당산중은 자유학기제 연구학교로 지정된 2014년부터 클라이밍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오버행(약 120도 각도의 암벽 등반) 시범을 보여준 2학년 김강이(14)군은 “지난해 처음 클라이밍 수업을 접했을 때는 90도 등반도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가뿐하다”고 말했다. 학교는 이 밖에도 댄스, 농구, 야구, 탁구, 넷볼 등 6개 스포츠 활동반을 편성해 한 학생이 2개의 스포츠 체험기회를 주고 있다. 수업 연속성을 위해 매주 화요일 1~2교시를 블록타임(한 과목을 2교시 연속으로 하는 제도)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교과연계 프로그램으로 학력저하 우려 불식

자유학기제가 도입되면 교과수업을 등한히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 하지만 당산중은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도 교과서 공부에 뒤쳐지지 않도록 교과연계 프로그램을 운용해 이 같은 걱정을 불식시키고 있다.

학생들은 중국어 첫 걸음, 펀 잉글리쉬(Fun English), 생활소품, 미니컴퍼니, 퍼즐과 게임 등 5개 활동반 중 2개의 주제를 선택해 수업을 들어야 한다. 이날도 별관 1층에 위치한 목공소에서 8명의 학생들이 기술수업과 연계된 생활소품반 수업을 들었다. 학생들은 직접 그린라이트(전기가 연결되면 초록색 불이 켜지는 등)를 만들며 전류와 전압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납땜질을 해봤다는 김모(13)양은 “이론이 아닌 체험을 통해 전기 사용의 원리를 배웠다”며 “공부도 하고, 내 방을 꾸밀 수 있는 소품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한 수업 같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본관 4층에서는 15명의 학생들이 사회과 수업과 연계된 미니컴퍼니 수업에 참여했다. 5개 조로 나뉜 아이들이 친구들 앞에서 저마다 준비해 온 창업아이템을 발표하는 방식이었다. 와이퍼 안경닦개를 창업아이템으로 선정한 김모(13)군은 선정이유, 판매가격, 수익성 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정명희 교무부장은 “예비소집 기간 중 학생들의 희망수요를 조사해 이를 교과목과 연계했다”며 “학생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원어민 강사 1명, 음악강사 4명, 체육강사 6명 등 총 11명의 외부강사를 초빙했다”고 말했다.

당산중의 다양한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은 2014년부터 연구학교를 운영하며 시행착오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학교는 학생들의 재능발굴과 학습동기유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심한 끝에 현재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올해 처음으로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학교들은 당산중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그러나 당산중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에 나서고 있다.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을 2ㆍ3학년 수업과 연계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이미 2학년 학생들도 1학년 때 배운 악기를 꾸준히 연마하며 학급별 오케스트라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윤영권 교감은 “2ㆍ3학년 수업에도 차차 교과와 체험활동을 연계한 프로그램을 도입해 지필고사의 비중을 낮추고 수행ㆍ과정 평가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며 “전 학년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을 통해 자신의 적성을 찾고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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