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선택의 자유 제한 인정 불구
공익적 가치가 우선한다고 판단
음성화 조장 풍선효과 주장에도
“법 집행상의 문제일 뿐” 반박
성매매여성 지원단체 “수용 못해”
자발적 성매매에 초점을 맞춘 3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최근 간통죄 폐지 등 성적 자기결정권이 존중되는 사회 변화와 맞물려 처벌 조항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전환점을 맞을 것인지 주목을 받았었다. 하지만 헌재는 성 판매자의 자율적 의사에 따른 것이라도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해친다는 판단을 바탕으로 합헌 결론을 내렸다. 생계형 성판매자에 대한 처벌이 부당하다거나 성매매를 제한하는 처벌의 효과가 없다는 위헌 측 주장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헌재는 성매매를 “인간의 성에 대한 자본의 극단적인 침식행위를 용인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특히 “자신의 신체를 경제적 대가 또는 성구매자의 성적 만족이나 쾌락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행위를 허용한다면 인간의 존엄성을 자본의 위력에 양보하는 것”이라며 “강압에 의한 성매매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성매매란 당사자 간 대등한 거래 행위가 아니라 경제적 약자인 판매자가 신체와 인격을 지배당하는 것이어서, 판매자의 자발성 여부와 무관하게 입법목적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헌재는 해당 법 조항(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21조 1항)이 직업 선택의 자유 및 성적 자기결정권을 일정 부분 제한하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국가의 개입을 통해 확립하려는 공익적 가치가 적지 않다고 봤다.
생계형 성 판매자에 대한 과도한 처벌이라는 지적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가난 등 사회구조적 요인으로 불가피하게 성판매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지만 상대적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따라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성 판매자의 정체성은 ‘자유로운 개인’과 ‘(사회적) 피해자’라는 양 극단에서부터 중간까지 다양한 양상을 띠고 있다”며 “어쩔 수 없이 성매매에 내몰린 성 판매자 집단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나아가 성매매가 아닌 다른 범죄에도 엄연히 생계형 범죄가 존재하는 만큼 이는 정상참작 또는 지원정책 마련의 문제라고 봤다.
성매매 특별법 도입으로 집창촌에서 도심 주택가나 오피스텔로 성매매가 이동해 음성화할 뿐이라는 ‘풍선효과’ 주장에 대해서도 헌재는 적극 반박했다. 헌재는 ▦성매매에 관대한 접대문화 ▦불법성에 대한 낮은 인식 ▦신ㆍ변종 성매매 산업 등장 ▦인터넷ㆍ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알선의 지능화 ▦전담 수사 인력 부족 등을 성매매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들며 “(법의) 집행상 문제를 규범 자체의 실효성과 직접 결부시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헌재의 결정에 대해 여성가족부는 “인간의 성은 어떤 이유로도 금전적인 거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성매매 처벌을 통해 유지하고자 하는 ‘건전한 성 풍속 확보 및 사회질서 유지’라는 사회적 가치의 방향을 공고히 한 것”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반면 성매매여성 지원단체인 한터전국연합의 강현준 사무국대표는 “배우지 못하고 부모로부터 받은 게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이 일을 선택했다면 인간적으로 존중을 받아야 한다”며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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