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미래에 소비 축소
가계 잉여자금 5조 넘게 늘어
우리나라 가계 부문의 금융부채가 최근 1년간 10% 가까이 급증하면서 처음으로 1,400조원을 돌파했다. 국민 1인당 2,761만원 꼴의 빚을 안고 있는 셈이다. 경제 발전에 따라 자산과 부채도 늘어나기 마련이지만, 부채 증가속도가 갈수록 빨라진다는 데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래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의 여파로 가계가 쓰지 않고 쌓아 둔 잉여자금 역시 사상 최대인 100조원에 육박했다.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2015년 중 자금순환(잠정)’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는 1,422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1,296조원)보다 9.8%(127조원) 급증한 것으로 2012년(4.9%), 2013년(5.6%), 2014년(6.3%) 등 해마다 증가율을 키워가는 모습이다.
자금순환 상 가계 부문 금융부채에는 일반 가계뿐 아니라 소규모 자영업자와 가계에 봉사하는 소비자ㆍ종교단체 같은 민간 비영리단체의 빚도 포함된다. 작년말 1,207조원을 기록한 가계신용(대출+판매신용)보다 이번 통계의 규모가 더 큰 이유다. 작년 금융부채를 국내 총인구(작년말 기준 주민등록인구 약 5,153만명)로 나누면 국민 1인당 부채규모는 2,761만원으로, 2014년 말(2,525만원)보다 236만원이 늘어났다.
한편 지난해 가계 부문의 잉여자금 규모는 전년보다 5조7,000억원 늘어난 99조2,000억원으로 100조원 돌파를 눈 앞에 두게 됐다. 잉여자금은 예금, 보험, 주식 등으로 굴린 돈(운용자금)에서 빌린 돈(조달자금)을 뺀 것으로, 이 자금이 늘었다는 것은 가계가 쓰지 않고 쌓아둔 돈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가계 부문 잉여자금은 2012년 72조4,000억원, 2013년 89조6,000억원, 2014년 93조5,000억원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가계가 갈수록 많은 돈을 쌓아두고 있는 것은 불확실한 경기 탓에 소비나 투자를 줄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가계의 평균 소비성향은 71.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쓸 수 있는 돈 100만원 중 71만9,000만원만 소비했다는 뜻이다. 반면 지난해 가계의 순저축률(7.7%)은 2000년(8.4%)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았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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