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꿈의 시장’만은 아닙니다. 한국외주제작사들이 중국에서 방송 기획을 준비하다 기획안만 뺏기고 심지어 제작비 일부를 받지 못하는 일도 있죠.”
안인배 독립제작사협회 신임 회장은 최근 서울 상암동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과 중국 사이 콘텐츠 계약 분쟁 등을 조정해줄 기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4일 취임한 안 회장은 중국에서 자신의 피해 사례를 예로 들며 “정부가 나서줘야 한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중국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한 뒤 프로그램 제작비 15억원을 현지 방송사에서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방송 끝날 때까지 차일피일 제작비 잔금 지급을 미루다 방송이 끝난 뒤 ‘방송이 잘 안됐다’며 책임을 묻더니, 제작비 중 40억 원만 받고 15억은 포기하라더라”고 주장했다. 안 회장은 KBS2 ‘해피선데이’의 인기 코너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나를 돌아봐’ 등을 제작한 국내 최대 규모 예능 프로그램 외주제작사 코엔미디어를 이끌고 있다. 자신의 회사도 중국 방송사의 횡포에 피해를 봤는데, 규모가 영세한 다른 외주 제작사는 오죽하겠느냐는 설명이다.
안 회장은 국내 방송사와 열악한 외주 제작사의 상생을 위해 “저작권 공유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지금 방송업계는 외주제작사가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면 방송사가 일부 제작비를 대고, 저작권은 방송사가 갖는다. 외주제작사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하면서도, 정작 프로그램 저작권을 소유하지 못해 프로그램 해외 수출 등 2차 수익 공유 부문에서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해 외주제작사들은 불만이다.
안 회장은 방송사와 제작사(NEW)가 저작권 권리를 공유하기도 한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사례를 예능 프로그램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더불어 외주제작사의 프로그램 판권을 지상파 방송사가 소유하지 못하는 미국의 핀신룰(Fin Syn Rule)을 언급하기도 했다. 핀신룰은 방송사의 지배력을 제어하고 프로그램 공급자의 권리를 육성하기 위해 만든 규칙이다. 앞서 방송위원회(현 방송통신위원회)도 2003년쯤 핀신룰 도입을 검토한 적 있지만, 반대 여론이 거세 현실화되진 않았다. 배우 등이 속한 한국방송실연자협회 등은 당시 ‘외주 제작사가 저작권을 소유할 경우 재방송에 따른 수익 등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반발했다. 부실한 외주제작사가 많아 ‘출연료 미지급 사태’ 등이 벌어지고 있는데, 방송사도 아닌 외주제작사가 수익 분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불신에서다.
안 회장은 “근본적으로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사이 갑을 관계는 개선돼야 한다”며 “제작사가 완전히 저작권을 가져오겠다는 것이 아니라 방송사와 제작사 함께 살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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