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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축구로 간 조태룡 강원FC 대표 “넥센을 롤모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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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축구로 간 조태룡 강원FC 대표 “넥센을 롤모델로”

입력
2016.03.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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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룡 강원 FC 대표이사. 조태룡 대표 제공
조태룡 강원 FC 대표이사. 조태룡 대표 제공

프로야구단 단장이 프로축구단 대표이사로 변신했다. 보기 드문 이적 사례다. 종목 변경에 대한 부담은 없었는지 묻자 조태룡(52) 강원FC 신임 대표이사는 "인생은 어드벤처"라는 말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의 말처럼 조 대표는 늘 모험을 피하지 않았다. 동부그룹에 입사해 푸르덴셜 생명과 교보생명, 삼성생명 본부장을 지낸 금융인 출신의 그는 2009년 넥센 단장으로 임명됐다. 이장석 넥센 구단 대표는 "구단이 지향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장 잘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는 전문가"라고 그를 소개했다. 모기업이 없는 넥센은 당시만 해도 구단 존립에 대해 의심을 받았지만 네이밍 스폰서를 도입하는 등 자생력을 키우면서 이제는 프로 구단의 새로운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시민구단으로서 생존에 대한 모색을 해야 하는 강원FC가 조 대표를 주목한 이유다. 강원FC는 최근 구단 내 비리 등의 내홍까지 겪으며 고전하고 있다. 신임 대표이사 선임으로 분위기 전환을 노리고 있다. 강원FC는 조 대표의 국내 스포츠마케팅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높이 산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표는 또 한 번 익숙한 길 대신 험하고, 낯설지만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지난 24일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한 그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제 스타트할 준비를 했다"며 "강원도민들이 강원 FC를 프라이드로 느낄 수 있게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종목'을 바꾼다는 게 쉽진 않았을 것 같다. 언제 처음 요청을 받았나.

"최문순 강원도지사님의 요청을 받았다. 두세 달 전 처음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엔 생각을 하지 않았다가 계속 말씀을 하셔서 자료를 요청을 해 봤다. 강원FC가 2008년 말 창단해 2009년 첫 시즌을 치렀다. 나는 2008년 창단한 넥센에 2009년 부임했다. 뭔가 나랑 만들어 놓은 인연 같은 느낌이 들었다. 50대가 중요한 시기인데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도 있었고, 내 전문성을 펼쳐보자는 생각도 들었다."

-축구는 좋아했나.

"야구단에 처음 왔을 땐 현역 야구 선수 이름을 한 명도 몰랐다. 하지만 그래도 축구는 박지성 선수를 보며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도 봤고, 2002년 한일 월드컵도 있었고, 관심이 있었다. 야구와 호흡은 완전히 다르다. 26일에 창원에서 경남 FC와 첫 경기를 했는데 졌다. 매일 경기가 있는 야구와 달리 호흡이 길다. 한 번 지면 일주일이 힘들다. 다음 경기 이길 때까지 스트레스를 받는다.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웃음)"

-프로 스포츠가 상대적으로 덜 발달한 강원도행을 결정한 이유는.

"강원도와 세 번의 인연이 있다. 군대 생활을 철원에서 했다. 관동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고, 첫 직장은 동해시 동부제강(현 동부메탈)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인연을 맺은 강원도로 꿈과 희망을 가지고 돌아왔다. 강원FC 주주가 6만8,896명이다. 그 분들이 가족과 함께 이번 시즌 홈 구장 전 경기(20)를 꼭 와주셨으면 한다. 입장 수익만으로도 선수 영입과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을 완성해 명문구단의 도약 발판이 될 수 있다."

-시민 구단인 만큼 모기업이 없는 넥센과 비슷한 상황일 것 같은데.

"비슷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넥센 초기보다는 양호한 부분이 있다. 강원FC는 초창기엔 단일 리그여서 매진도 많이 되는 등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열기가 식은 것이다. 초창기의 넥센보다 팬덤은 더 좋다. 넥센의 경우 서울시에 두 개(LG, 두산)의 경쟁 구단이 있었지만 여긴 지역 토착 연고(강릉)이다."

-자생력을 키우는 부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할 것 같다.

"어떻게 하면 강원 도민들의 마음을 축구장으로 끌어낼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강원도는 예전 강릉 농상(농고-상고)전에서 보듯 축구 열기가 뜨거운 곳이다. 지금은 경기력이 떨어지다 보니 마음이 떠나셨지만, 강원도민들의 마음 속 깊은 곳을 잘 알고 있다. 도민들께서 도를 대표하는 프로 선수들이 뛰는 걸 뜨겁게 봐주신다면 선수들의 의지도 불타오를 것이다. 대신 나는 강원 FC의 사장으로서 그 동안의 불신을 지우기 위해 전문적이고 전략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강원FC 대표로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팬을 모으는 게 1순위다. 구단 경영은 큰 마차의 수레와 같다고 본다. 한 쪽 바퀴는 경영을 축으로 하고, 다른 한 쪽은 경기력이다. 두 바퀴가 동시에 굴러가야 전진할 수 있다. 경영 축을 통해 운용할 수 있는 자본을 충분히 획득하면 경기력에 투자할 수 있다. 선수 수급을 하거나 유소년을 육성하면 경기력이 올라간다. 결과적으로 양쪽이 동시에 굴러가게 된다. 지금은 수레가 서 있는 상황이다. 경영을 먼저 가동하는 게 중요하다. 경기력 축은 단기적으로는 선수 수급, 중장기적으로는 유소년 육성을 강력하게 추진해 명문팀으로 성장할 동력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대표이사와도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이장석 대표가 워낙 뛰어나 많이 배웠다. 이 대표팀은 통찰력이나 분석력, 경영 능력 등 많은 부분이 탁월하시다.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 가서 잘 하라고 하시고, 서울과 거리가 멀어 걱정도 많이 해주시고.(웃음)"

-강원 FC 대표이사로서 그리는 큰 그림은.

"강원도민들이 강원 FC를 프라이드로 느낄 수 있게 만들고 싶다. '강원도의 자랑은 강원 FC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양양 공항으로 해외 관광객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바다만 보고 가실 게 아니라 우리가 유럽 여행을 가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바르셀로나의 경기를 보는 것처럼 강원 FC 경기를 보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또 강원랜드가 유니폼 스폰서이지만 '강원 하이원 FC' 같은 더블 네이밍도 고려 중이다. 도민들의 도움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1년에 20번의 홈 경기를 커피숍에 적립 스탬프를 찍듯 와주셨으면 좋겠다. 1년에 20번을 모두 와주시는 분들을 위해 프로모션을 하려고 고민도 많이 하고 있다."

김주희기자 ju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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