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종교, 언론계 등 기자회견
“대구 침체는 일당 독점 정치 탓”
유권자들 총선 참여 운동 주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대구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30일에는 대구 지역을 대표하는 인사 1,000여명이 “일당 독점의 정치판을 여당과 야당이 공존하는 정치판으로 바꾸어 나가자”며 유권자 참여 운동을 주도하고 나섰다. 이들의 호소가 4ㆍ13 총선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대구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학계와 종교ㆍ언론ㆍ의료ㆍ문화예술ㆍ교육ㆍ경제계 인사 1,033명은 이날 경북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ㆍ13 총선에서 대구 변화의 계기를 만들자”고 호소했다. 이들은 ‘대구의 밝은 미래를 위한 호소문’을 통해 “대구의 위상 하락과 침체는 한편으로는 중앙집권-수도권 중심 발전체제 때문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당 독점의 대구 정치 때문”이라고 밝혔다. 1988년 13대 총선 이후 국회의원 자리와 1996년 첫 지방선거 이후 대구 자치단체장 자리를 새누리당이 사실상 독점할 수 있도록 표를 몰아줬지만, 대구 시민들이 얻은 게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부산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인천에도 밀린다”면서 대구 지역의 1인당 지역총생산이 20여년 동안 전국 꼴찌고, 청년층의 지역 유출도 전국에서 가장 높다는 점도 거론했다. 이들은 “30년 가까이 장기간 유지된 한 정당의 독점체제는 시민들의 ‘묻지마 투표’의 결과”라며 “일당 일색의 대구가 아니라 여당색깔과 야당색깔이 함께 어울리는 컬러풀한 대구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이날 호소문 발표는 김형기 경북대 교수,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 김기석 영남대 교수, 박병춘 계명대 교수, 김상태 전 영남일보 사장, 최종성 전 매일신문 논설위원, 도광의 전 대구문협회장, 정태경 전 대구현대미술가협회장, 정재형 변호사, 최봉태 변호사 등이 주도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대구의 밝은 미래를 위한 호소문(전문)
이제, 대구를 바꿉시다!
20대 총선을 맞아 대구의 앞날을 걱정하는 학계·종교계?법조계·언론계·의료계?문화예술계·경제계 등 각계에 종사하는 저희들은 다음과 같이 시민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지금 우리의 일터요 삶터인 대구의 위상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서울·부산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인천한테도 밀립니다. 1인당 지역총생산이 20여 년 동안 전국 꼴찌이고, 청년층의 지역 유출은 전국에서 가장 높습니다. 왜 이럴까요? 한편으로는 중앙집권-수도권 중심의 발전체제 때문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특정 정당이 장기간 독차지해 온 대구의 정치 때문입니다.
돌이켜보면 1988년 13대 총선 때부터 지금까지 대구의 국회의원 자리는 특정 정당이 휩쓸었고, 1996년 첫 지방선거 때부터 지금까지 대구의 자치단체장 자리는 특정 정당이 싹쓸이했습니다. 이는 우리 시민이 ‘묻지마 투표’를 한 결과입니다.
친애하는 대구시민 여러분,
이렇게 근 30년 동안 한 정당만 밀어줘서 대구가 얻은 게 무엇입니까? 경제가 살아났습니까? 일자리가 늘어났습니까? 살림살이가 나아졌습니까? 한 정당이 정치판을 다 차지하면 정치인은 무사안일에 빠지고 민생을 살피는 일에 소홀하기 쉽습니다. 강산이 세 번 바뀌도록 정치적 경쟁이 없었던 대구는 어떻습니까? 정치는 활력을 잃고, 경제는 정체하고, 민생은 고단합니다. 지금 대구는 고인 물과 같습니다. 고인 물은 썩습니다. 우리가 대구를 바꾸지 않으면 그 썩은 물을 우리가 고스란히 마셔야 합니다.
사랑하는 대구시민 여러분,
이제, 대구를 바꿉시다. 오는 4월 13일 총선에서 대구변화의 계기를 만듭시다. 일당 독점의 정치판을 여당과 야당이 공존하는 정치판으로 바꾸어 나갑시다. 그리하여 여야 국회의원들이 대구의 밝은 미래를 위한 비전과 정책을 다투어 마련하고, 경쟁과 협력을 통해 대구발전에 헌신하도록 만듭시다. 여야 국회의원이 공존하는 부산·인천·대전이 일당 일색의 대구보다 더 역동적으로 경제 발전을 이룩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합시다.
존경하는 대구시민 여러분,
4월 13일, 대구시민이 지혜로운 시민이란 걸 보여줍시다. 인물보다는 오로지 한 정당만 보고 찍는 ‘묻지마 투표’ 자세를 버립시다. 일당 일색의 대구가 아니라 여당색깔과 야당색깔이 함께 어울리는 컬러풀한 대구를 만듭시다. 고인 물이 아니라 샘물을 마시는 대구를 만듭시다. 그리하여 경제가 살아나는 대구, 우리의 아들·딸 그리고 손자·손녀가 잘사는 대구, 희망이 넘치는 일류도시 대구를 만듭시다. 꼭 투표합시다.
2016년 3월 30일
대구의 앞날을 걱정하는 각계 1,033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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