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이 ‘거짓말 경선’으로 번지고 있다. 상대 후보를 거짓 비방하고 취재 기자를 폭행하고 부인하다가 들통나더니, 이번에는 후보 3명 모두 경선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30일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는 물론이고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 모두 “다른 주자가 대선후보가 되면 지지하지 않겠다”며 지난해 경선 시작에 맞춰 이뤄진 ‘승복’약속을 뒤집었다.
트럼프는 이날 미국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서 열린 CNN 주최 타운홀 미팅에서 공화당 전국위원회(RNC)가 자신을 “매우 불공정하게 대접하고 있다”며 다른 대선후보를 지지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다른 후보가 대선 티켓을 거머쥐더라도 지지할 것이라고 한 지난해 약속을 여전히 지키겠느냐는 물음에 “더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크루즈 의원도 다른 후보를 지지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아내와 가족을 공격하는 사람을 지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도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나라를 다치게 하는 사람이 후보가 된다면 그의 편에 설 수 없다”며 다른 후보를 지지할 생각이 없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이에 앞서 트럼프 진영의 코리 르완도스키 선거대책본부장이 취재 기자 폭행혐의로 기소되면서 거짓말 논란이 불거졌다. 르완도스키는 당초 피해 기자를 “만나본 적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폭행현장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거짓말이 들통났다.
플로리다주 경찰에 따르면 르완도스키는 8일 플로리다주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여기자인 미셸 필즈의 팔과 등을 잡아당겨 상처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공개한 현장 영상에는 보수 온라인 매체 ‘브레이트바트’ 소속 미셸 필즈 기자가 트럼프에 바짝 다가가 질문을 던지자 르완도스키가 뒤쪽에서 팔과 등을 잡아 당기는 장면이 담겨 있다. 당시 이 장면을 목격한 벤 테리스 워싱턴포스트 기자도 경찰에 비슷한 내용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이 공개되자 트럼프 측은 접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필즈의 공격적인 행동이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 “르완도스키는 품위 있는 사람이다. (내가) 기자회견장을 떠나려는데 왜 이 여기자는 내 팔을 붙잡고 질문을 남발하느냐”고 반박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공화당 경선 주자들은 물론, 민주당 후보들도 트럼프에 일제히 공세에 나섰다. 크루즈 상원의원은 “개인에 대한 모욕, 물리적 공격 등 폭력은 트럼프 캠프 전반에 깔린 기본 문화”라며 “이런 문화가 정치에 발붙여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측도 “후보는 캠프 직원과 지지자들의 행동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트럼프 책임론을 제기했고 버니 샌더스 후보측 역시 “트럼프가 폭력을 변호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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